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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박 vs 캡틴 박

중앙일보 2011.09.10 00:15 종합 24면 지면보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라이벌팀서
전·현 한국 축구대표 주장 맞대결
팬들, 두 팀 시즌 첫 만남 기다려



박지성(左), 박주영(右)





‘Park vs Park’.



 올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를 지켜보는 한국 축구 팬들의 메인 테마다.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과 박주영(26·아스널)이 꿈의 무대에서 맞대결한다. 두 선수 모두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클럽의 일원으로서 맞서기에 축구 팬들의 가슴은 설렘으로 고동 친다. 박지성과 박주영은 프리미어리그(내년 1월 21일)를 비롯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FA컵·칼링컵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철도와 대포=맨유는 잉글랜드 북서부 맨체스터시를 연고로 철도 노동자들에 의해 탄생했다. 아스널은 런던 남동부 울위치에서 무기 제작, 탄약 가공, 폭발물 연구를 하던 병기창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창단됐다. 두 팀 모두 창단 후 강호로 군림했지만 라이벌 의식은 크지 않았다.



 맨체스터와 런던의 거리는 멀다. 맨유 팬들은 더비(같은 지역 내 팀끼리 경기하는 것) 상대인 맨체스터시티, 리버풀과의 대결을 기다렸다. 아스널도 1913년 북런던의 하이버리로 연고지를 옮긴 뒤 옆 동네 팀이라 할 수 있는 토트넘과 앙숙이 됐다. 태생부터 달랐던 두 팀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것은 1996년 9월 아르센 벵거가 일본 J리그 나고야 그램퍼그를 떠나 아스널의 지휘봉을 잡으면서부터다.



 당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이미 스타였다. 1992년 잉글랜드 프로축구가 프리미어리그로 재탄생한 뒤 4시즌 중 세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려 ‘맨유=퍼거슨’ 공식을 만들었다. 퍼거슨 감독은 벵거의 프리미어리그 입성에 “일본에서 온 사람이 잉글랜드 축구에 대해 뭘 알겠는가”라고 비아냥됐다.



 하지만 야전군 사령관 스타일의 퍼거슨과 달리 벵거는 ‘교수’라는 별명처럼 치밀한 전술과 ‘유스 정책(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을 선호)’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벵거는 부임 2년 만인 97~98시즌 퍼거슨의 맨유를 승점 1점 차로 따돌리고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듬해 퍼거슨은 승점 1점 차이로 벵거에게 앙갚음을 하는 등 3시즌 연속 정상에 오르며 자존심을 되찾았다.



 하지만 벵거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아스널은 2001~2002시즌 우승에 이어 2003~2004시즌에는 26승12무(승점 90)로 무패 우승을 차지했다. 무패 우승은 퍼거슨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이후 ‘아스널=벵거’ 공식도 성립됐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전력은 맨유가 좋다. 지난달 29일 맨유의 홈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는 맨유가 8-2로 대승했다.











 ◆양 朴, 팀 내 라이벌부터 넘어야=2005년 7월 맨유에 입단한 박지성은 이제 팀 최고참으로 대우 받고 있다. 라이언 긱스(38·웨일스)와 함께 경기를 마무리할 타이밍에 교체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퍼거슨 감독은 올 시즌 젊은 선수들로 팀을 개편하고 있다. 그중 애슐리 영(26·잉글랜드)이 박지성의 경쟁자다. 애스턴 빌라에서 영입된 영은 빠르고 개인기가 뛰어나다. 3경기에 나섰는데 벌써 2골·4도움을 올렸다.



 지금 추세라면 영이 주전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크다. 영은 맨유의 주 공격수 웨인 루니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함께 뛴다. 첼시·아스널·리버풀 등 프리미어리그 라이벌과 FC바르셀로나·레알마드리드(이상 스페인)·AC밀란(이탈리아) 등 유럽 강호를 만날 때는 경험 많고 수비가 좋은 박지성이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박주영의 첫 과제는 마루아네 샤막(27·모로코)을 넘어 팀 내 두 번째 스트라이커가 되는 것이다. 아스널의 간판 공격수는 로빈 판 페르시(28·네덜란드)다.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인 만큼 부상만 아니면 선발 출전이 확실한 선수다. 박주영은 샤막을 넘어 판 페르시의 대체 선수가 돼야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시오 월콧(22·잉글랜드)과 제르비뉴(24·코트디부아르)가 자리 잡은 측면도 노려볼 수 있다. 월콧은 ‘유리 몸’이라 불릴 정도로 부상이 많고 다혈질인 제르비뉴는 징계로 인한 결장이 잦다. 월드컵 예선 때의 컨디션을 유지하면 박주영에게도 경쟁력은 충분하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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