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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서양사람들은 감칠맛 잘 몰라요, 왜 그럴까요

중앙일보 2011.09.10 00:15 종합 22면 지면보기






정량과 비율을 정확히 계산한다 해도 같은 음식이 나오지도 않고 맛에 대한 평가는 문화마다 다르다. 과학이 어머니의 손맛을 재현할 수 없듯. [중앙포토]













괴짜 과학자, 주방에 가다

제프 포터 지음

김정희 옮김, 이마고

363쪽, 1만7000원




어느 광고 카피처럼 ‘침대가 과학’이라면 음식 만들기는 과학의 할아버지쯤 된다. 조리란 재료, 도구, 과정, 그리고 요리사 심리까지 모든 과정이 과학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과학보다 감성을 앞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례를 보자. 지은이가 뉴욕타임스 와인 칼럼니스트인 짐 클라크에게 물었다. “왜 사람들은 와인을 말하면서 향에 대해 그렇게 많이 이야기하는가?” 클라크가 답했다. “(산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훨씬 시적(詩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소믈리에라면 산도(酸度)라는 말 대신 ‘상쾌한’‘신선한’이란 완곡 표현을 쓸 것이다. 사람들은 산을 마시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음료는 당과 균형을 맞춰 어느 정도 산이 있다. 코카콜라에는 어느 와인보다 많은 산이 들어 있다.”



 실제로는 와인을 통해 산을 마시면서도 겉으론 마냥 우아함만 찾는 사람들의 허위를 꼬집는 말이다. 인터넷 창업 컨설턴트이자 아마추어 요리사인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이런 식으로 음식에 관한 편리하거나 불편한 과학적 진실을 줄줄이 까발린다. 와인 소믈리에부터 식칼 전문가, 요리사, 식품공학자까지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고 방대한 자료를 찾아 제시한다.



 예로,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나무 도마가 플라스틱 도마보다 세균 오염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밝힌다. 아울러 도마를 식초로 세척하면 세균을 대부분 사멸시킬 수 있다는 팁도 준다. 생선 비린내 등 도마에서 나는 냄새는 레몬주스나 소금을 사용하면 중화된다는 유용한 상식도 제공한다. 이런 단순 과학부터 정교한 분자조리의 세계까지, 정말이지 음식에 관해 별걸 다 시시콜콜 알려준다.



 그렇다고 해서 ‘음식은 과학이니 잔말 말라’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건 아니다. 맛의 과학에 대한 그의 생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맛이란 사실 혀로 맛보는 감각과 코로 맡는 냄새의 조합이다. 이 두 가지 기관이 느끼는 풍미의 조합을 대뇌가 인식하는 것이다. 문제는 한 문화에서 풍미의 이상적인 조합이라고 인정받는 것이 다른 문화에서는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로 단맛·짠맛·쓴맛·신맛에 이어 제5의 맛이라고 일컬어지는 감칠맛은 동양인에겐 중요하지만 유럽인에겐 그렇지 않다. 최근 들어 일본 음식과 중국음식의 보급으로 중요성이 조금 강조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해도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간극이 맛의 세계에선 존재한다.”



과학을 내세우면서도 사고방식은 열려있음을 엿볼 수 있다. 모름지기 음식을 대하는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지은이가 인터뷰한 코넬대 브라이언 완싱크 교수는 음식 만드는 사람을 5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첫째는 음식을 사랑의 나눔으로 생각하는 나눔 요리사. 둘째는 건강 요리사로 맛보다 건강을 중시한다. 운동을 많이 하고 텃밭도 가꾼다. 셋째는 요리책을 끼고 사는 방법론적 요리사이고, 넷째는 요리책 없이 음식을 창조하는 혁신적 요리사, 다섯째는 남에게 감동을 주고 칭찬을 받기 위해 요리하는 경쟁적인 요리사다. 내가 어디에 포함됐는지 살펴보는 것도 음식의 과학과 함께 이 책이 주는 선물이다.



채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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