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 집들 좁다, 생활은 넓다 그 비밀은 ‘함께 쓰는 공간’

중앙일보 2011.09.10 00:13 종합 23면 지면보기



오스트리아 코하우징 주택 ‘자륵파브릭’ 설계한 프란츠 숨니치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오렌지 주택’으로 통하는 자륵파브릭(1호) 전경. 총 75세대가 입주해 살고 있다. 입구로 들어가면 중정(中庭·가운데 마당)과 옥상 정원, 유치원 등이 있다.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프란츠 숨니치도 이곳에 살고 있다. [BKK-3 제공]











프란츠 숨니치



고향집을 찾아가는 추석 연휴다. 집을 말하면 마음이 불편한 이들이 많을 것. 아파트와 다가구주택 천지지만 ‘내 집 한 칸’이 아쉬운 이가 상당수다. 소형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데 이를 충족해줄 시스템은 아직 빈약한 형편이다.



 그런 점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공동주택 자륵파브릭(Sargfabrik·관(棺) 공장이라는 뜻)은 주목할 만하다. 입주자들이 7년 동안 건축가와 머리를 맞대고 만든 공유주택(Co-Housing)이다. 개발업자에게 ‘내 집’을 무조건 맡기지 않겠다는 뜻에서 시작됐다. 1996년 1호가, 98년 2호가 완공됐다. 한 번 입주한 주민들은 이사를 나가지 않을 만큼 만족도가 높다. 서민용 주택이지만, 참신한 발상과 독창적 디자인이 어울리는 세계적 명물(名物)이 됐다.









자륵파브릭의 복도와 공동 세탁실. 세탁실과 도서관 등은 경사진 램프로 연결돼 있다. [BKK-3 제공]











입주자들이 읽은 책을 공유하는 공동 도서관. 다양한 신문과 잡지도 비치해 놓는다. [BKK-3 제공]



 자륵파브릭 1·2호를 설계한 건축사무소 베카카 드라이(www.BKK-3.com) 공동대표인 건축가 프란츠 숨니치(Franz Sumnitsch·49)를 e-메일 인터뷰했다. 숨니치는 자륵파브릭의 모든 과정을 주도했고, 실제 그곳에 살림집과 스튜디오를 갖고 있다. 올 6월 지속가능건축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찾았고, 다음 달 말 다시 방한해 강연할 예정이다. 그는 “아파트·다가구가 유달리 많은 한국에서 자륵파브릭이 시도한 ‘참여적 개발’을 생각해보 길 바란다”고 했다.



 -자륵파브릭이 유명한 이유는.



 “새로운 방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비엔나도 땅값이 비싸 여러 가구가 모여 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와 개발자들이 돈을 위해 짓는 아파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집짓기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낫다고 봤다.”



 -자륵파브릭, 어떻게 다른가.



 “ ‘따로 또 같이’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1·2호는 각 75·50가구인데, 가구당 면적은 30~70㎡(9~21평)로 매우 작다. 대신 남부럽잖은 공동시설을 갖추고 있다. 공동세탁실, 30명 여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부엌, 도서관, 세미나룸, 유치원, 목욕탕, 옥상정원 등. 이 시설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이를테면, 세탁기에 빨래를 넣어놓고, 부엌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들고, 도서관에서 세탁실을 투명창으로 내려다보며 책을 볼 수 있다.”



 -공동시설은 불편하지 않을까.



 “원하면 같이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모든 집이 세탁기를 갖거나 큰 부엌, 많은 책을 보유하고 사는 게 합리적일까. 큰 부엌은 많은 손님을 초대할 때 필요한데, 과연 그런 일이 일년에 몇 번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처음에 어떻게 추진했나.



 “뜻을 함께한 30명이 모였다. 시내에 있으면서 비어있는 공장을 주로 뒤졌다. 그렇게 찾아낸 곳이 관 제조공장이었다.”



 -비엔나 시정부가 지원도 했는데.



 “자륵파브릭도 소셜 하우징(서민 주택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짓는 공공주택)의 하나다. ‘위에서 아래로’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개발한 경우로 보면 된다. 입주자들은 30년 동안 저금리로 돈을 갚는다.”



 자륵파브릭의 특별한 점은 더 있다. 노년층·싱글맘 등이 다양하게 섞일 수 있도록 입주자 배분에도 신경을 썼다. 숨니치는 “우리는 아파트를 단일 계층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장애인도, 싱글맘도, 결손가정 출신의 청소년도 함께 사는 진정한 ‘코 하우징’이 되길 바랬다”고 말했다.



 -한국에 다녀갔는데.



 “한국에서도 자륵파브릭 같은 코하우징을 권하고 싶다.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 한국에서도 멋진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믿는다.”



이은주 기자





◆코하우징(Co-Housing)=여러 가구가 독립적인 생활공간을 가지면서도 식당·부엌·세탁실·회의실·도서실 등을 공동 이용하는 주거 방식.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면서도 이웃과 소통하는 공동체 문화를 추구한다. 입주자들이 설계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한다. 197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했으며 자금조달 방법과 소유형태 등이 다양하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