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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TU-95 두 대, 14시간 동안 일본열도 훑었다

중앙일보 2011.09.10 00:09 종합 12면 지면보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새 총리가 취임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러시아 폭격기와 중국 군용기가 같은 날 일본 열도 주변을 비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난 8일 러시아군 폭격기 2대가 14시간 동안 일본열도를 일주했고, 중국군 정보수집기는 동중국해의 일·중 중간경계선을 침범했다”고 보도했다. 일 언론들은 “러시아와 중국 모두 노다 정권의 외교 노선을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의 장거리폭격기 TU-95는 8일 오전 6시쯤 쓰시마(對馬)섬 동쪽에서 일본 영공에 접근, 규슈 서부와 오키나와섬 남부를 경유해 태평양 상공을 따라 북상했다. 특히 노다 총리가 도쿄전력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을 시찰하는 시간에 맞춰 후쿠시마현 상공을 비행했다. 러·일 간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부근 상공에서는 공중급유기 IL78과 합류, 공중급유를 받았다. TU-95는 북방 4개 섬 중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섬 부근 상공에서 또다시 쓰시마섬까지 남하했다가 쿠나시르섬까지 북상하는 비행훈련을 마치고 오후 8시쯤 러시아로 돌아갔다. 러시아군 폭격기가 일본열도 주변 상공을 완전히 일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일본 항공 자위대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전투기를 긴급발진시켜 한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일 방위성의 한 관계자는 “전대미문의 노골적인 도발이며 향후 동향도 예측할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도 “러시아군의 훈련영역이 이렇게까지 일본 영공에 가까운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군이 열도 주변을 비행훈련한 같은 날 중국군 Y8정보수집기 1대도 동중국해를 따라 남하, 일·중 중간경계선을 넘었다. Y8은 영유권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북쪽 100~150km까지 접근했다. 영공을 침범한 것은 아니지만 자위대 전투기가 긴급발진해 대응했다.



 지난달 중순에도 중국 군용기가 양국 중간경계선을 넘어 일 해상자위대의 정보수집기를 후방에서 추적한 사실이 6일 확인됐다. 산케이 신문은 “지난해 9월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양국 갈등 이후 중국 전투기가 수시로 일본 영공에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TU-95=정식명칭 투폴레프 TU-95. 1952년 소련 투폴레프사가 개발한 전략 폭격기. 지금까지 약 500여 대가 제작됐다. 냉전시대 정찰·폭격을 도맡은 ‘소련 공군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7년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로 TU-95 정찰비행이 재개됐으며, 2010년에는 동해 공해상에도 출몰했다. 레이더 제어 기관총, 폭탄, 크루즈 미사일 등을 장착할 수 있다. 탑승인원 6~7명, 길이 46.2m, 높이 12.12m, 날개폭 50.1m, 최고속도 시속 920㎞, 작전반경 1만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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