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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스물두 명이 살을 붙여 만들다 ‘맛있는 한국학’

중앙일보 2011.09.10 00:05 종합 20면 지면보기








한국학의 즐거움

주영하 외 지음, 휴머니스트

410쪽, 1만9000원




음식으로 치자면 남도 상차림이 이 책이다. 수십 가지 음식이 나오는데, 실은 걱정도 없지 않다. “맛깔스런 일품요리 하나가 더 낫지 않을까?” 『한국학의 즐거움』에 참여한 저자는 무려 스물두 명. 짜깁기한 ‘한국학 이모조모’에 대한 우려는 책을 읽으며 바뀐다. “입에 붙는 음식이 꽤 되네?” 막연했던 한국학(Korean Studies)의 윤곽을 잡게 된다.



 한국학은 역사·문화·철학에서 한옥·K팝에 이르는 낱낱의 얼굴이자 전체다. 가장 오래된 것이자, 변모하는 지금이라서 쉬 포착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 책은 “가장 한국적인 게 무엇인가?”를 전문가에게 묻고, 그에 대한 응답을 담았다. 첫 타자는 ‘한국인의 마음’(문학비평가 장석주). 시인 김소월, 가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등에서 뽑아낸 한(恨) 이야기인데, 조금은 밋밋하다. 하지만 한국인 마음이란 한국학의 밑반찬임은 분명하다.



뒤 이은 글 중 ‘한국의 역사’(저술가 남경태)가 신선하다. 필자가 강단 학자가 아닌데다 한반도에 갇혀있는 일국사(一國史)의 좁은 시야에서도 자유로운 탓인데, 왜 명분 우선주의 DNA가 전 시대의 유산인가를 분석한다.



 조선사회는 사대부의 나라였다. 국왕이 명목상의 통치자이지만, 실권을 쥔 건 사대부 그룹이다. 이들은 권력 전면에 나서지 않고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권력투쟁도 왕의 이름을 빌어 반대파를 제거하는, “지극히 부도덕한 책략”(229쪽)이기 십상이다. 차라리 마키아벨리적 파워게임이나, 피를 부르는 내전만도 못하다는 게 저자의 독설인데, 잠시 고개가 끄덕여진다.



 곁들여 볼 게 ‘한국의 사유’를 쓴 신병주(건국대 교수). 그는 명분과 예(禮)를 받드는 유교 마인드가 우리의 전부일 수 없음을 보여준다. 토정비결로 유명한 토정 이지함, “칼을 찬 유학자” 남명 조식 등이 왜 탈(脫)성리학 쪽인가를 보여준다. 맞다. 한국의 사유란 붕어빵만은 아니라는 암시인데, 이 책의 백미는 따로 있다. ‘한국의 드라마’(문화평론가 이영미)가 그것이다. 문제의식이 참신하다.



 “미드(미국 드라마)는 긴장, 일드(일본 드라마)는 과장, 한드(한국드라마)는 막장”이라면서도 우리 드라마가 인기일까? 섬세한 일드가 “봐도 모르겠고”, 복선이 풍부한 미드도 새로운 맛이지만, 그토록 뻔한 한드는 한류의 한 축으로 아연 떴을까? 이영미에 따르면 “뼈대가 상대적으로 엉성한 대신, 거기 붙어있는 살이 맛깔스럽고 매력적”(270쪽)이다.



 ‘살’이란 좋은 외모의 배우, 느닷없이 끼어드는 출생의 비밀·불치병·불륜 등의 단골 모티브를 총칭한다. 그건 시청자들의 비논리적 성향과 맞아 떨어진다. 때문에 한드의 결함은 실은 장점인데, 한국·한국식 문법의 단면을 보여준 멋진 통찰이라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실은 『한국학의 즐거움』 전체가 그렇지 않을까? 아직 다루지 못한 분야와 필자가 많다. 기대는 그 때문이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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