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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와 노력, 그리고 팀워크 … 충청 야구 명문의 자존심 세우다

중앙일보 2011.09.09 04:14 6면



14년 만에 대통령배 우승한 천안 북일고 야구부



절대강자는 없었다. 지난달 열린 후반기 왕중왕전에서 준우승에 머무른 북일고가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대통령배 우승을 차지하면서 고교야구 시즌을 기분좋게 마무리했다.[중앙포토]







손에 땀 쥐게 만든 영화 같은 경기



천안 북일고등학교가 대통령배 전국고교 야구대회에서 14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1987년, 1997년에 이어 세 번째다.



북일고는 지난달 27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4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야탑고를 제치고 승리를 안았다. 서울의 강호 덕수고를 누르고 결승에 오른 야탑고가 맹추격에 나섰지만 북일고의 방어망에 가로 막혔다.



경기 결과(5대 3)가 보여주듯 2점차로 승패가 갈리기까지 양 팀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한편의 영화 같았다. 1회 초 북일고가 먼저 1사 2루에서 3번 타자 윤승렬의 우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땄다. 반격에 들어간 야탑고는 1회 말 1사 1, 2루에서 4번 김성민이 좌중간 2타점 적시타로 2대 1로 분위기를 뒤집었다.



4회 초 북일고가 다시 공격에 나섰다. 9번 김민준이 2타점 3루타를 터트리며 3대 2로 역전에 성공했다. 여기에 임성재의 2루타와 소우석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 5대 2로 거리를 넓혔다.



승리를 예감한 북일고는 4회 말 에이스 윤형배를 투입시키며 방어망을 구축하는 전략을 세웠고 이는 적중했다. 6회에 1점을 내준 것 외에 야탑고의 타선을 잠재우며 우승컵을 힘차게 들어올렸다.



공격과 방어가 조화를 이룬 승리



에이스 투수 윤형배의 등장은 다급하고 어려울 때 빛을 발했다. 윤형배 카드는 5대 2 상황에서 추격에 들어간 야탑고의 공격을 막아 내며 상대팀 분위기를 잠재우는 묘약과도 같았다.



빠른 감이 있었지만 4회 초 역전 상황이 되자 이정훈 감독은 승리를 직감한 듯 윤형배를 마운드에 올렸다. 선두에 나설 상대팀 선수가 왼손타자인 데다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기 위한 승부수였다.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특히 윤형배의 투구가 더욱 빛난 건 9회 말이었다. 윤형배는 9회 말 마지막 수비에서 안타 2개를 맞으며 1사 1, 2루의 동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타로 타석에 선 이진성을 빠른 공 삼진으로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9회 말 2사 1, 2루에서 1루 주자 김경호를 견제구로 잡아내며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북일고의 승리는 윤형배 외에도 숨은 주역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4회 초 1사 1, 2루에서 9번 타자 김민준의 좌중간 2타점이 없었더라면 승리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2점을 추가로 얻게 만든 임성재와 송우석의 안타가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



앞서 열린 4강전 서울고와의 경기에서 2대 1로 이기고 있을 당시 4회 강승호가 2사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나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강승호가 아니었으면 야탑고와의 결승전은 성사되지 못할 일이었다.



결국 북일고 승리는 결승전을 포함한 5경기에서 41⅔이닝(콜드 1경기) 동안 5실점만 내준 투수진과 32득점을 뽑아낸 타선의 조화가 돋보였다.















땀방울이 만들어낸 값진 우승컵



북일고의 빛나는 우승컵은 14년 만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 동안 선수들의 땀방울이 만들어낸 값진 결과물이어서 의미가 더욱 깊다.



북일고는 2008년 12월 이정훈 감독 부임 이후 3번의 우승과 6번의 준우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시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후반기 왕중왕전에서는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승리가 있기까지 지독하고 반복적인 훈련 외에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우승 직후 선수들은 이정훈 감독을 ‘악바리’라고 부를 정도로 이 감독의 강도 높은 훈련을 감내해야만 했다.



스트레칭과 체조 등 몸풀기 후에 이어지는 ‘98삼각형’ 달리기. 야구 연습장 홈에서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98m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홈에서 삼각형을 그려 쉼 없이 달리며 체력을 키웠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이어지는 혹독한 훈련을 선수들은 이겨냈다.



올 초부터 주말마다 경기가 있어 휴일도 없이 훈련을 반복했다. 연습량은 많았지만 훈련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축구를 병행하거나 투수와 타자에게 경쟁심을 유발, 상금을 걸어 연습효과를 높였다. 선수들은 힘들었지만 즐겁게 훈련에 임했다.



선수들에게 이 감독은 완벽을 추구하는 불 같은 성격이지만 한편으론 정이 넘치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늘 친화력 있는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사랑으로 대했다.



경기 전에는 심적인 부담을 줄여주려고 한 감독의 한 마디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 감독은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 선수들에게 “연습 때처럼 긴장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평소 노력한 대로 너희들의 실력을 모두에게 보여주자”며 웃음지었다.



이 감독은 긴장이 주는 역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선수들에게도 항상 얘기했고 관련 책도 구입해 나눠주는 등 ‘두려움을 없애고 긴장하지 말라’는 조언을 늘 입에 달고 살았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긴장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며 짤막하게 답했다.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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