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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멜로·휴먼드라마 … 넉넉한 영화뷔페 골라 보는 재미

중앙일보 2011.09.09 04:00 Week& 18면 지면보기
입맛대로 골라 드시라. 빙과류 광고 문구가 아니다. 올 한가위 극장가 상차림이다. 액션과 멜로, 휴먼 드라마가 고루 구색을 맞췄다. 치열했던 여름 극장가 전투에서 ‘살아남은’ 영화들의 흥행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week& 한가위 특집] 영화

개봉 한 달도 안 돼 500만 관객을 끌어들인 ‘최종병기 활’,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해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기록을 경신한 ‘마당을 나온 암탉’, 컴퓨터그래픽(CG)의 진수를 실감케 하며 역시 200만 고지를 넘어선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 ‘생존 3인방’이다. 살아남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3편 모두 성(性)과 연령, 취향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도 될 만한 작품이다.



기선민 기자



영화



가을에 찾아온 사랑










권상우·정려원 주연의 영화 ‘통증’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소슬한 절기상 멜로 영화가 제격이다. ‘푸른 소금’은 멜로와 액션, 누아르 사이를 오가는 장르적 모호함이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새롭다’는 면에선 결코 점수를 박하게 주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20년 가까이 차이 나는 남녀의 사랑이 띨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의 빛깔이 ‘블루’의 청명한 영상 속에 담겼다.



 조폭 중간보스였던 과거를 뒤로 한 채 식당을 차리기 위해 요리 강좌를 듣는 두헌(송강호), 그런 두헌을 암살하라는 청부를 받는 세빈(신세경). ‘원조교제’ 수준의 나이 차이도 이들의 교감을 막지 못한다. 무엇보다 송강호와 신세경의 조합으로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 영화다. 송강호의 연기는 두말이 필요 없다. 그가 와이셔츠 소매를 찢어 다친 세빈의 팔을 묶어주는 장면에서 여성 관객들의 감성지수는 요동칠 듯. ‘시월애’ ‘그대 안의 블루’의 이현승 감독. 15세 이상 관람가.



 ‘통증’은 비극적 색채가 매우 짙다. 어린 시절 가족을 깡그리 잃는 교통사고로 통증을 못 느끼게 된 남순(권상우)과 혈우병을 앓아 작은 상처도 치명적인 동현(정려원)이 주인공. 남순은 자해를 해 빚을 받아주는 일로, 동현은 장신구를 만들어 길거리에서 파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세상은 이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기름기’가 쏙 빠진 권상우의 변신은 흥미로움 이상이다. ‘친구’ ‘사랑’ ‘태풍’의 곽경택 감독. 세련됨은 덜하지만, 냉혹한 도시에서 오로지 사랑만으로 버텨보려 하는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따스함이 느껴진다. 만화가 강풀의 원안이 바탕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챔프



‘마당을 나온 암탉’과 함께 3파전을 벌일 가족영화다. ‘챔프’는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 기수 승호(차태현)가 같은 사고로 다친 말 우박이와 함께 재기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뻔한 내용을 뻔하지 않게 만드는 뭉클함이 느껴진다. ‘과속스캔들’ ‘헬로우 고스트’ 등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차태현의 무르익은 연기엔 절로 미소를 머금게 된다. 게다가 우박이는 CG의 도움 없이도 차태현 못지 않은 연기력을 뽐낸다. ‘각설탕’(2004)의 이환경 감독. 12세 이상 관람가.



 짐 캐리의 팬이라면 가족코미디 ‘파퍼씨네 펭귄들’을 놓칠 수 없다. 성공한 뉴요커 파퍼씨(짐 캐리)는 졸지에 남극연구자 아버지가 남긴 펭귄을 떠맡게 된다. 갖다 버리려 해도 아들이 자신의 생일선물로 착각하는 통에 여의치 않다. 야생 펭귄들이 대도시 뉴욕에서 살게 된다는 설정만으로도 얼마나 코믹한 상황이 빚어질지 짐작할 만하다. 유년시절 상처에 대한 치유, 가족애의 회복 등 주제의식이 유쾌한 웃음 속에 녹아 든다. 오디션을 거쳐 선발했다는 펭귄의 재간이 여간 아니다. 전체 관람가.



 코미디로는 ‘가문의 영광’ 시리즈 4편 ‘가문의 수난’도 있다. ‘엄니손식품’의 CEO(김수미)와 아들 삼형제가 일본 여행을 가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소동. 전편들보다 ‘화장실 유머’가 더 강렬해졌지만 아쉽게도 웃음은 시원하게 터지지 않는다. 시리즈 중에서 완성도가 가장 낮다. 신현준·탁재훈·정준하·현영 출연. 제작자인 정태원 감독이 연출에 나섰다.





액션이냐, 예술영화냐









콜롬비아나



할리우드식 액션영화가 보고 싶다면 ‘콜롬비아나’는 무난한 선택이다. 조직의 무자비한 응징으로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킬러로 성장한 카탈리아(조 샐다나)의 복수극이다. 주연배우 조 샐다나의 물 흐르듯 유연하면서도 강도 높은 액션이 관람 포인트. ‘앤절리나 졸리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여성 액션스타’라는 수식어는 과장이 아니다. 뤼크 베송 제작,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 15세 이상 관람가.



 올 초 설에 ‘옥희의 영화’를 선보였던 홍상수 감독은 ‘북촌방향’으로 찾아온다. 영화감독 성준(유준상)이 선배(김상중)를 만나러 북촌에 오면서 벌어지는 얘기다. 이혼한 선배가 은근히 마음을 품고 있는 동료 교수(송선미), 이들이 즐겨 찾는 술집 여주인(김보경) 등이 등장한다. 홍 감독의 작품이 그렇듯 이 영화도 딱히 기승전결 구조로 돼있지 않다. ‘하루에 같은 사람을 세 번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우연한 생각에서 가지를 친 에피소드가 일상의 세밀한 풍경을 보여준다.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광화문 스폰지하우스·아트하우스 모모·씨네코드 선재, CGV 강변·압구정·상암, 롯데시네마 대구·부평·청주 등에서 상영된다.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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