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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휴게소, 고향길 놀이터

중앙일보 2011.09.09 04:00 Week& 1면 지면보기






분위기 좋은 야외 카페 같다고요? 아닙니다. 영동고속도로에 있는 덕평휴게소입니다. 연못도 있고 실개천도 흐르고 있어 작은 공원 같은 휴게소입니다.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입니다. 추석 연휴는 10일부터 시작되지만 본격적인 귀성 전쟁은 오늘부터입니다. 보름달같이 넉넉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출발한 고향 가는 길. 하지만 막히는 고속도로 위에 있으면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단단히 각오했다지만 길게는 10시간 넘게 운전하다 보면 정말 힘이 듭니다. 허리와 어깨는 아파오고 졸음은 밀려오고…. 옆좌석 아내에게 “어휴! 허리 아파. 운전 좀…” 했다가는 “시댁에 가자마자 전 부치고 나물 다듬고 술상 보느라 허리 한 번 펴지 못하는 나에게…”라는 눈총을 받기 십상이죠. 이 시대 아빠의 비애라면 비애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짬짬이 쉬면서 갈 수밖에요. 그래서 week&은 추석을 앞두고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뒤지고 다녔습니다. ‘휴게소가 다 그렇고 그렇지, 뭐 다를 게 있겠어. 볼일 보고 대충 허기 채우고 나오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고 계시겠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색다른 시설을 갖춘 휴게소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이왕 막히는 길, 30분쯤 휴게소에서 놀다가 가시란 말씀입니다.



 자, 그럼 어떤 별난 휴게소가 있을까요. 우선, 국보를 모시고 있는 휴게소가 있습니다. 휴게소가 박물관도 아니고 큰 절집도 아닌데 무슨 소리냐 하시겠지만, 중앙고속도로 단양휴게소(춘천 방향)에 내리면 국보 198호 단양 신라적성비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경산휴게소(서울 방향)에는 신라 고분군도 있습니다. 휴게소에만 들어가면 쫓기듯이 후다닥 나오다 보니, 민족이 자랑하는 문화유산도 무심코 지나쳤던 겁니다.



 골프를 할 수 있는 휴게소도 있습니다. 몸이 근질근질한 아빠들의 귀가 번쩍 뜨이겠지만 그런 골프장은 아니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서해안고속도로 고창 고인돌 휴게소(서울 방향)에 가면 있는데, 게이트볼과 골프를 합친 형태로 ‘파크 골프’라고 부릅니다. 9홀 도는 데 한 시간이면 족하고 공짜라고 하네요. ‘에이~’라며 실망하실 아빠에겐 동해고속도로 옥계휴계소(속초 방향)을 추천합니다. 휴게소 2층에 올라가면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호쾌한 드라이브샷을 날릴 수 있는 골프 연습장이 있습니다.



 인삼 달인 물로 족욕을 할 수 있는 휴게소(대전통영고속도로 통영 방향 인삼랜드 휴게소)도 있고,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전망대를 갖춘 강변 휴게소(남해고속도로 섬진강 휴게소, 경부고속도로 금강 휴게소)도 있습니다.



 사실, 굳이 별난 휴게소를 찾아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휴게소에 들르면 꼭 안내센터를 들어가 보십시오. 휴게소마다 안내센터에 발 마사지나 안마를 받을 수 있는 기구를 들여놓은 곳이 많습니다. 혈압계 같은 것도 있어 간단한 건강체크도 할 수 있지요.



 어차피 떠나는 길. 휴게소에서 쉬엄쉬엄 쉬면서 편안히 그리고 즐거이 다녀오십시오. 오랜만의 고향 나들이가 짜증과 피로로 범벅이 되어선 안 되겠지요? 특히 아빠 여러분, 핸들을 잡은 두 손에 가족의 안전이 달려 있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글=이석희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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