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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 동네 단골병원 가면 돈 덜 낸다

중앙일보 2011.09.09 00:43 종합 20면 지면보기



복지부 ‘선택의원제’ 내년 1월 시행





고혈압·당뇨 환자가 특정 동네의원을 계속 이용하면 진료비를 깎아주는 ‘선택의원제’가 내년 1월 시행된다. 하지만 의사협회가 제도를 거부함으로써 만성질환 관리 효과는 없고 진료비만 할인하는 제도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고혈압·당뇨 환자는 매년 크게 증가한다. 지난해 636만 명이었다. 이 중 약을 잘 챙겨먹고 운동을 하면서 질환을 잘 조절하는 환자는 고혈압 42%, 당뇨 27.1%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두 질환의 환자가 동네의원 한 곳을 선택해 다니면 진료비 본인 부담률을 30%에서 20%로 낮춰준다. 매달 한 번 갈 경우 회당 900원(처음 갈 때 1250원), 연 1만1150원 정도 부담이 준다. 환자가 의원을 선택해 건강보험공단에 통보하면 공단이 의원으로 환자 이름을 보낸다. 그러면 진료 창구에서 할인받게 된다.



 동네의원의 참여는 자율이다. 참여할 경우 환자의 혈압·혈당·흡연·음주 등을 담은 관리표를 작성하면 그 대가로 건당 1000원을 받는다. 1년가량 지난 뒤 의원이 환자를 잘 관리한다는 평가를 받으면 추가로 인센티브를 받는다. 진료비 할인에는 431억원, 의원 인센티브에 320억원 등 820억원가량의 건보재정이 들어간다.



 취지는 좋지만 의사들이 빠져 있어 제대로 굴러갈 가능성이 작다. 원래는 동네의원이 선택의원으로 등록하고 고혈압·당뇨 관리 교육을 받도록 설계돼 있었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 내과·가정의학과가 주로 덕을 보게 되고 의료 이용 총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대한다.



의협은 8일 저녁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총력저지 방침을 밝혔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의원의 등록 절차는 없던 일이 됐고 환자가 동네의원을 선택하는 과정만 남았다. 수레의 한쪽 바퀴가 빠진 것이다.



 이대로 가면 환자가 의원을 선택하더라도 그 의원이 제도 참여를 거부하면 지금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의사가 적극적으로 환자를 관리하고 독려해야 환자가 따라갈 텐데 그 기능이 모호해진 것이다. 고혈압·당뇨환자의 70%는 이미 동네의원에 다니고 있어 지금 다니는 의원만 선택해도 진료비 할인 혜택을 보게 된다. 게다가 환자의 변화를 평가해 사후에 진료비를 할인해야 취지에 맞는데도 변화를 평가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선(先)할인하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선택의원제를 시행하면 큰 병원을 다니는 27만 명의 고혈압·당뇨환자가 동네의원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비스가 달라지는 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얼마의 환자들이 정부 의도대로 따를지 의문이다.



 또 퇴행성 관절염이나 골다공증 환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왜 고혈압·당뇨 환자만 진료비를 깎아주느냐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성식 선임기자





◆선택의원제=만성 질환자와 노인이 1~2개의 동네 의원을 선택해 지속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 제도다. 이를테면 고혈압·당뇨환자가 자신이 선택한 동네 의원을 제때 방문해 약을 잘 먹고 의사의 관리를 잘 받을 경우 환자와 의원에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환자에게는 본인부담금을 깎아주고 선택의원에는 보험수가를 더 주는 식이다. 또 동네 의원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해당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이면 1차 의료기관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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