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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6-출입구가 잠겼다

중앙일보 2011.09.09 00:28 경제 15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이창호 9단 ●·쑨리 5단












제9보(85~90)=으레 선수일 줄 믿었던 A의 곳. 그곳만 선수라면 대마는 눈 감고도 산다. 하지만 그곳은 선수가 아니다. ‘참고도1’ 흑1에 두어도 백은 2에 이어 4로 급소를 친다(4는 B에 먼저 둘 수도 있다). 아무튼 5로부터 돌파하는 수는 전혀 성립하지 않는다.



 쑨리도 이 사실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며 눈앞이 캄캄해진다. 고심하던 쑨리가 85에 붙인다. ‘참고도2’ 흑1 쪽으로 치고 나가 숨통을 열어 두고 싶었으나 백이 4로 오는 게 싫었다. 5, 7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지만 8로 넘으면 대마가 꼭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85부터 둔 것인데 순간 이창호 9단의 86이 거의 노타임으로 떨어진다. 86으로 출입구는 잠겼다. 생사의 범위도 바짝 좁혀졌다. 좁은 방 안에서 죽든지 살든지 결판을 내야 한다.



 쑨리가 87로 한 집을 내자 이창호는 지체 없이 88로 파호한다. 89로 몰자 90으로 나간다. 다시 A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선수라면 눈 감고도 산다는 게 사실임을 알게 된다, 쑨리는 목이 바짝바짝 타는지 연신 물을 마신다. 이창호 9단도 물수건으로 얼굴과 목을 적시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 언제나 그것이 문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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