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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곽노현의 대못질

중앙일보 2011.09.09 00:26 종합 37면 지면보기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과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갑자기 서두르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공직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돼 있는 상태라 분위기가 어수선할 터인데도,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곽 교육감의 ‘대못질’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학생인권조례의 원조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다. 경기도의 학생인권조례는 강제적인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금지, 두발 및 복장의 자유, 수업시간 외 휴대전화 소지 허용, 학생 소지품 검사 제한, 양심과 종교의 자유스러운 표현 보장, 학생들의 학교정책 결정 참여 등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어 서울시교육청의 안과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김상곤 교육감조차 반대여론에 밀려 삭제했던 학생집회의 자유가 서울시 안에는 포함돼 있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학교교육의 핵심적인 기능인 학습지도와 인성교육 등을 무시하기 쉽다는 것이다.



 학교는 교육이라는 목적의 구현을 위해 다소의 강제성이 용인되는 집단으로,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권리와 자유는 상황에 따라 제한되고 유보될 수 있다. 교장과 교감을 포함한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수업이나 활동을 ‘강요’할 수 있다. 이는 교사의 권리이기에 앞서 의무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집단의 공익, 학생들의 사회성 함양,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을 위해 존재하는 학교의 규칙을 무시하거나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선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가 금지하고 있는 강제 보충학습, 학생 소지품 검사, 두발 및 복장에 대한 규제, 교내 휴대전화 통제 등은 모두 학교의 교육목적이나 집단의 공익과 밀접히 연관된 사안들이다. 이러한 사안들에 대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학생 개개의 자유가 전체 학생들의 학습권이나 공중도덕에 우선시될 수는 없다.



 현재 선진국들은 학교의 안전과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훈육에 대한 규정들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교복의 착용을 의무화함은 물론이고 염색이나 귀걸이, 심지어 여학생들의 매니큐어에 관한 규정까지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학교 내에서 일과시간 중에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말고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학생인권을 앞세우는 사람들은 학교교육에 있어 통제와 훈육을 부정한다. 아니 부정하다 못해 죄악시하기까지 한다. 물론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학생 통제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통제는 불가피하며 따라서 이를 위한 훈육 또한 필요하다.



 통제나 훈육을 인권 침해로 규정하는 것은 교사들을 향해 교육을 포기하라는 주문이나 마찬가지다. 학교가 훈육의 기능을 상실하고 교사가 학급의 통제를 포기하면 교실은 붕괴되고 만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자들이 학생인권보다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서울시교육청만 이를 모르는 것일까?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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