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김황식 차출론 유감

중앙일보 2011.09.09 00:24 종합 38면 지면보기






신용호
정치부문 차장




김황식 총리 차출론이 나왔다. 한나라당에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7일 오전 구상찬 의원 등이 국회에 출석한 김 총리를 붙잡았다. 그러곤 “서울 지역 의원 상당수가 출마를 희망한다. 몸을 던져 달라”고 청했다. 구 의원이 서울이 지역구인 정두언·정태근 의원 등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그들도 “잘했다”는 반응이었다. 홍준표 대표도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건의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논리는 이런 거다. 대법관·감사원장을 지낸 김 총리의 이력이 그럴듯하고, 호남 출신이어서 ‘표가 된다’고 본다. 8일 일부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의원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뒤지면서 인물난에 허덕이는 탓도 크다. 하지만 김 총리는 바로 “적절치 않다”고 고사(苦辭)했다. 차출설은 그냥 사그라질 것 같다.



 소동을 보며 긴 한숨이 났다. ‘안철수 쓰나미’를 겪은 당이 맞나 싶어서다. 김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순수와 소신’이란 점에서 돋보이는 총리다. 국정에 대한 폭넓은 식견도 인상적이었다. 그런 총리가 탐이야 났겠지만 정말 출마시키겠다는 건 한나라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를 ‘위기다’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차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없다. 선거가 50일이 안 남았다. 역대 총리 가운데 재임 중 선거에 나간 일도 없다. 주먹구구식 정당정치다. 한나라당이 ‘안철수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한 거다. 안 교수의 공적 헌신, 진정성 그리고 양보하는 미덕을 벤치마킹할 생각은 못하나. 이명박 정권이 가진 취약점 중 하나가 인사다. 정권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시점에 자리를 잡고 있는 총리를 빼가겠다는 것도 여당으로서 할 일도 아니다.



 차출론은 다분히 정치공학적이다. 당적도 없고 나설 의사도 없는 김 총리에게 야당 후보와 싸울 수 있는 구도를 맞추기 위해 나서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그건 국민을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사심(私心)이 짙어 보인다. 이 논란 아래엔 나경원 의원의 출마를 꺼리는 정파적·개인적 관계도 깔려 있어 볼썽사납다. 정당은 선거에서 후보를 내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 목적이라지만 이젠 그것마저 새로운 정치 프레임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민심을 못 읽는 사례는 안 교수가 단일화를 이룬 다음 나온 논평에서도 극명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안 교수를 ‘강남 좌파’로, 단일화를 ‘좌파 단일화 정치쇼’라고 규정했다. 선거 때면 반(反)보수세력을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행태다. 오죽했으면 8일 당 공식 회의에서 “좀 신중해야 한다”(유승민 최고위원)는 자탄이 나왔을까. 보수는 오히려 색깔론에 더 진중해야 한다.



 ‘안철수 현상’을 불러온 당사자는 한나라당이다. 오세훈 전 시장의 시장직 사퇴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강용석 제명안 부결은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 한나라당은 변화를 넘어 발상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원수구(誰怨誰咎,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느냐)다.



신용호 정치부문 차장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