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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철회 아닌 중단 … 재정 안정이 더 급했다”

중앙일보 2011.09.09 00:08 경제 4면 지면보기
경제관료의 ‘여의도 회군(回軍)’인가, 아니면 잘 짜인 ‘당정의 정책 하모니’인가. 전격적인 감세 철회 발표가 있던 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났다. 박 장관은 9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 100일 맞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만난 사람=이정재 경제데스크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장관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관 중 처음으로 유연근무제를 신청했던 그는 “8(8시간 출근)은 실천하고 있는데 5(5시 퇴근)는 잘 안 된다”고 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부터 활성화하고 8·5제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했다. [안성식 기자]



-감세 철회, 왜 했나.



 “최근 몇 달 동안 당정이 감세 갖고 티격태격했는데 세법 개정안 발표하는 순간까지도 딴 목소리 내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봤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에도 불안감을 준다. 당정이 한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였다.”



 -감세 관련 정부 입장이 갑자기 바뀌어 정책 신뢰성이 훼손됐다.



 “세법 개정안 발표에 맞춰 고위 당정협의를 한 데엔 전략적인 고려가 있었다. 첫째, 감세 중단으로 내년에 1조1000억원, 내후년에 3조원의 세수가 증가한다. 정부가 이달 말 예산안을 낼 때 세입·세출을 딱 맞춰서 국회에선 미세조정만 하는 게 재정 건전성에도 좋고 (국회 논의도)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둘째, 글로벌 재정위기로 어수선한 만큼 집권 여당의 정책 능력을 대외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당정이 국회에서 막판까지 다투면 정책 능력 부재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진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현행대로, 중소기업은 감세하는 게 국민 정서에도 맞다.”



 -MB노믹스의 큰 틀이 성장과 비즈니스 프렌들리였고 성장을 뒷받침했던 논리가 감세였다. 그게 다 무너졌다. 재계에선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확하게는 (감세 철회가 아니고) 추가 감세가 중단된 거다. 당정이 ‘감세 철회’ 대신 ‘감세 중단’이라고 고심 끝에 표현한 것도 그래서다. 글로벌 재정위기 때문에 감세를 일시 중단하지만 재정 건전성이 확보되면 다시 감세 기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거다. 다만 2013년 이후 정책은 차기 정부와 국회가 결정할 사항이기에 ‘감세 유예’나 ‘유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항간에선 감세 철회에 ‘안철수 효과’도 있었다는 분석이 있다.



 “그건 아니다. ‘안철수 바람’이 불기 전에 결정됐다. 보안 문제 때문에 다 알리지는 못했지만 당 고위 채널과 계속 협의했다. 2주일 전쯤 결심이 섰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 당정을 교통정리한 건가.



 “정부와 청와대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았다고 봐달라. 여당의 입장을 감안해 정부가 좀 양보하는 게 원래 시나리오였다.”



 -물가 얘기 좀 하자. 공정위·지식경제부까지 나서고 요즘 물가당국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선진국과 달리 독과점으로 인한 가격 거품과 횡포가 적지 않다. 그래서 시장에 맡기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하는 것처럼 가시적인 압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이해해 달라. (그런 압박이) 오히려 풍선 효과를 불러 더 큰 화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은 귀담아듣겠다. 일부 부처가 오버해서 기업 팔 비틀기를 한다는 지적도 경청하겠다. 다만 정부의 전방위 물가대책이 상반기 물가를 0.4%포인트 낮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건 꼭 얘기해 두고 싶다.”



 -출자총액제한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일각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나왔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제는 산업 간 융화와 개방이 심화되어 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그래서 2009년 현 정부가 폐지했다.”



 -시장이 안정되면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한 외환건전성부담금 등 ‘3종 세트’를 강화해야 하지 않나.



 “현재는 불확실성이 커 자본 유출입의 방향성을 예단하기 힘들다. 8월 시행된 외환건전성부담금이 정착되도록 우선 노력하고 나중에 필요하면 부과요율 상향조정 등 보완방안을 강구하겠다.”



 -인천공항 지분 일부를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겠다고 했는데.



 “국민주 방식은 인천공항의 이익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저소득층에게 우선적으로 매각하는 것으로 여러 대안 중 하나다.”



 -산은지주 민영화는 어떻게 되나.



 “현재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신기반 확충 등 체질개선을 추진 중이다. 내년에는 세외수입 확대를 위해 산은지주의 지분 일부라도 매각할 계획이다.”



 -현 정권의 정부 조직개편을 주도했다. 지금 보면 어떤가.



 “사실 부처 조직개편엔 정답이 없다. 요즘 정보통신부가 없어져 정보기술(IT) 쪽의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정부가 컨트롤한다고 IT가 발전하나. 정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 ‘서포트(support) 타워’라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말에 동의한다.”



 -전임 윤증현 장관이 주력했던 투자개방형 병원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더디다.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해야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많이 뒤져 있다. 어쨌든 계속 두드리겠다. 취임사에 한 말처럼 끝까지 큰 소리로 문을 두드리면 반드시 누군가는 열게 될 것이다.”



글=서경호·임미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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