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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펀드가 부활한다 … 수익률 마이너스인데 한달 새 2조6000억 유입

중앙일보 2011.09.09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지난달 국내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돈은 2조6000억원이다. 2008년 1월 이후 가장 많다. 그동안 외면받던 펀드가 부활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자산운용사가 이 돈을 주식 등에 투자하지 않고 현금성 자산에 쌓아두고 있다. 돈은 몰려드는데 이를 운용하지 못하는 펀드 시장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7월 말 회사를 옮긴 회사원 김모(35)씨는 지난달 4일 퇴직금 2000만원을 국내 주식형 펀드 2개에 나눠 넣었다. 김씨는 “은행 금리는 낮고 저축은행에 넣기도 불안한 데다 주가가 많이 빠진 탓에 저점이라 생각하고 가입했다”며 “회사를 옮기며 늘어난 월급 100만원도 모두 두 펀드에 적립식으로 넣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원모(36)씨는 펀드에 돈을 더 넣을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100선에 머물던 지난 6월 여유자금의 일부를 ‘KB배당포커스펀드’에 넣었다. 지수가 높아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연말로 갈수록 배당주 매력이 커지며 수익이 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원씨는 “지난달 주식시장이 워낙 널뛰기를 한 탓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최근 펀드 3개월 수익률(1.04%)이 코스피(-11.63%)를 크게 앞선 것을 확인하고 돈을 더 넣기로 했다”고 말했다.



 펀드가 부활하고 있다.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탔던 지난달 국내 주식형 펀드에 2조591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한 달 동안 2조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온 것은 2008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금융위기 이후 펀드 수익률이 반토막 나며 투자자가 등을 돌렸던 펀드 시장 부활의 조짐으로도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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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들어 변화의 움직임은 조금씩 감지됐다.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많은 자금이 시장으로 흘러 들어왔다. 시장이 출렁였던 2월(1조7912억원)과 5월(1조7665억원), 6월(1조825억원)에 이어 지난달까지 지수와 자금 유입은 반대로 움직였다. 적립식 펀드 가입도 늘어나고 있다. 5월 말의 적립식 판매 금액은 6798억원으로 3년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왜 펀드로 돈이 몰리는 것일까. 지난달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12.28%로 코스피(-11.86%)에 비해 나을 것도 없는데 말이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이유는 학습 효과와 불안감, 펀드 상품의 다양화 등이다.



 학습 효과는 ‘기다리면 수익률은 회복된다’는 2008년 금융위기 때의 경험에서 왔다. 많은 투자자가 하락장이 저가 매수 기회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똑똑해진 투자자는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한다. 지수가 내려가면 펀드에 돈을 넣고 오르면 환매하며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최근의 자금은 환매수수료가 적은 펀드를 중심으로 지수가 떨어지면 기다렸다는 듯 들어오는 ‘스마트 머니’”라며 “그렇지만 지수가 10% 정도 오르면 나가겠다는 단기성 자금이 많아 펀드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시계 제로’인 시장에서 직접 투자의 불안감이 커진 것도 펀드로 돈이 몰리는 이유다. 섣불리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는 손해만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문형 랩의 부진한 성과도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자문형 랩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20% 안팎이다. 지난달 15일을 기준으로 자문형 랩 잔액(7조5982억원)은 전달(9조1447억원)에 비해 16.9%나 줄었다.



 신한금융투자 김종철 연구원은 “주가 급락으로 잔액이 줄어들면서 자문형 랩으로의 쏠림 현상은 지나간 듯하다”며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펀드 쪽으로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펀드와 국내 펀드 간 손 바꾸기의 측면도 있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해외 주식형(-12.34%) 펀드의 수익률이 국내 주식형(-9.23%)에 미치지 못하자 해외 펀드 환매 자금이 국내 펀드 쪽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다양한 신상품의 등장도 펀드로 돈을 끌어오는 데 한몫했다. 반토막 펀드에 상심했던 투자자가 펀드를 떠나자 자산운용사들이 지난해부터 각종 신상품을 내놨다. 김후정 연구원은 “월 지급식 펀드와 압축 펀드, 브라질과 중국 등 이머징 시장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 채권형 펀드 등 다채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등 시장에 여러 상품이 나오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를 게 많아진 셈”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갈 생각에 운용사도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안전하게 펀드를 굴릴 수 있는 방법이 펀드임을 강조하며 ‘다시 펀드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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