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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우리 아이의 ‘자기주도적 삶’ 돕는 법

중앙일보 2011.09.06 04:05 11면






윤애란
아산우리가족상담센터 대표




밤 10시쯤 되었을까? 가을기운을 느끼고 싶어서 아파트 마당에 앉아있는데 저편에서 젊은 아빠가 달려오더니 화단 사이의 좁은 공간에 몸을 숨겼다. 잠시 후, 15개월쯤 된 딸아이가 화단 사이의 어두운 보도를 기우뚱 기우뚱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 뒤에 엄마로 생각되는 젊은 여성이 지켜보고 있었다.



어른의 걸음으로 따지면 한 다섯 걸음이나 될까, 뒤뚱뒤뚱 걷는 아이의 걸음걸이는 불안 불안했다. 다 걸어온 아이는 화단 모퉁이에서 아빠를 발견하고 와락 아빠 품에 안겼다. 잠시 후, 아빠와 딸 엄마 모두가 손뼉을 치면서 서로 껴안았다.



짧은 시간 동안 눈앞에 펼쳐진 이 모습에서 많은 생각이 일어났다. 화단 사이의 좁고 어두운 길은 어른 걸음으로 다섯 걸음 밖에 되지 않지만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에게는 어쩌면 길고 어둡고 두려운 길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기는 아빠가 이쪽에 있을 거라는 확신, 부모가 자기를 지켜주고, 기다려주며, 기꺼이 맞아 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두려움 없이 걸을 수 있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일러스트=박소정]






사람의 성장과정은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도전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인생의 과정에서, 아이의 가족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며,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가정들, 빈 집에 돌아와 컴퓨터부터 켜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약물, 폭력, 성적인 관계 탐닉 등은 자기주도적인 삶과 반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중독적, 의존적 상황에 빠져 들어가는 모습들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해 줄 수 있는 가장 최대의 것을 자녀들에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돕고 심지어 수행평가와 봉사활동까지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연, 부모들이 주려고 하는 그 모든 것들이 내 아이가 주도적으로 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의 삶의 주인공이 바로 나다’라고 외친다. 하지만 과연 내 삶의 주인공이 나일까? 가족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든든한 배경이다. 힘든 가족들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의 가족, 특히 부모는 자녀들에게 끊임없이 의·식·주를 제공하고 정신적, 정서적으로 자녀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바로 이런 지원이 ‘내가 나답게’가 될 수 있게 할 수도 있고, 전혀 나를 나로 느낄 수 없게 하기도 한다.



자기주도 학습 등 ‘자기 주도’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자녀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살기 바라는가? 대상관계 심리학자들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 라고 말한다. 즉, 나와 가장 가까운 대상인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많이 안아주고, 반응해 주고, 어루만져 주었을 때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밝게 그리고 활기차게, 책임감 있게 도전하며 살아가게 된다. 사랑하는 자녀와 나와 사회를 위해서 하루에 단 5분만이라도 아주 자그마한 일부터 안아주고, 반응해주고, 만져주는 노력을 시도해 보자.



윤애란 아산우리가족상담센터 대표

일러스트=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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