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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수수료 인하에 서명하라”

중앙일보 2011.09.06 03:00 경제 1면 지면보기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의 수수료 인하를 명문화하는 ‘대형 유통업체 상생협약 합의안’ 마련에 나섰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소 입점·납품업체에서 받는 수수료 인하를 사실상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은 수수료 인하안이 “영업기반을 흔드는 조치”라며 난색을 나타내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김동수 공정위원장 오늘 업계 CEO 11명 소집 … ‘5~7%p 인하안’ 합의 요구 방침

 5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연 50억원 미만을 납품하는 업체에 대해 판매수수료율을 5~7%포인트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생협약 합의 초안을 만들어 백화점 3사, 대형마트 3사, 홈쇼핑 5사에 배포했다. 여기엔 신규 중소 입점·납품업체와의 계약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 이상 설정하고, 내년부터 표준거래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또 2012년이 부당반품, 상품권 구입강제를 근절하는 원년이 되도록 한다는 다짐도 들어 있다.



 공정위는 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김동수 공정위원장 주재로 이철우 롯데쇼핑 대표 등 11명의 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합의안에 대한 서명을 받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주요 유통업체 대표들은 합의안에 서명할 수 없다는 쪽으로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간담회 결과가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관계자는 “6일 위원장 간담회는 지난달 부위원장 간담회에 이은 2차 수수료 조정회의라고 보면 된다”면서 “명품업체에 수수료를 좀 더 받고, 중소기업에 더 깎아주는 방식으로 연매출 50억원 이하는 5%포인트, 30억원 이하는 6~7%포인트를 깎아주는 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은 공정위가 만든 수수료 인하안이 너무 ‘과격’해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구상대로라면 백화점의 경우 롯데는 약 500억원 이상, 현대와 신세계가 각각 약 25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구체적인 수수료 수준과 계약기간 등을 정하게 되면 유통시장 질서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연구원 조성봉 박사는 “공정위가 수수료 인하를 강제하면 오히려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업체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밀려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면서 “업계가 공정위의 수수료 인하 지침을 받아들일 경우 국내외 주주들이 해당 업체 대표를 상대로 ‘업무상 배임’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벌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렬·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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