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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봉호 타고 간 금강산 “북한 무서워 말고 많이 오라”

중앙일보 2011.09.06 01:20 종합 12면 지면보기



아사히 ‘한산한 금강산’ 르포



중국 관광객들이 지난달 30일 북한 나선항에서 최근 보수된 만경봉호에 탑승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나선 AP=연합뉴스]



“외국인들의 관광이 가능한 지역은 한정돼 있었다. 버스로 단체 이동만 가능했다. 길 옆엔 굵은 철사줄이 쳐져 있었으며 곳곳에 군인들이 경비를 섰다. ‘군사관리구역’이나 ‘지뢰 주의’라고 쓰인 팻말도 보였다. 북한 입국 때엔 휴대전화 반입이 모두 금지됐다. 그런데도 시찰단을 동행한 북한 나선특별시의 황철남 인민부위원장은 ‘무서워하지 말고 많이 오시라, 많이 투자하시길 바란다’고 하더라.”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5일자에 게재된 ‘한산한 금강산’이란 제목의 르포 기사 일부다. 북한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관광업계 종사자와 외신기자 등 128명을 초청한 4박5일간의 시찰 프로그램에 참가한 소감을 이렇게 냉소적으로 전한 것이다.



 시찰단은 지난달 29일 중국 훈춘(琿春)을 통해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입국했다. 나선에서 1박, 금강산까지의 이동 수단인 만경봉호에서 1박, 금강산에서 1박, 다시 귀로에 만경봉호에서 1박을 했다.



 아사히는 금강산특구의 썰렁한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하얀 백사장이 이어지는 해수욕장엔 인적이 없었고, 한국 현대그룹의 간판이 걸린 면세점 등 상점들 대부분은 문이 닫혀 있었다. 골프장엔 아름다운 잔디가 잘 깎여 있었지만, 정작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총격 사망 사건 이후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자 북한은 최근 중국과 동남아 지역의 손님을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별 효과가 없어 보였다.



 아사히는 현지인의 말을 인용해 “평양을 경유해 오는 중국인들이나 대만인들은 하루에 많아야 100여 명”이라고 보도했다. 한때 하루 4000명에 이르렀던 한국인 관광객들의 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미미한 수준이다. 시찰단에 참가한 미국 뉴욕 타임스의 기자도 “북한 측은 하루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900명이라고 설명했지만, 너무 낙관적이고 희망 섞인 수치인 듯하다”고 전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북한 금강산특구 지도국의 김광윤 부장은 시찰단 앞에서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정치적 목적으로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킨 게 한국 정부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또 “한국 정부가 일본과 미국 정부에 자국민들의 금강산 관광 자제를 요구했다” 고 비판했다.



 시찰단을 태우고 나진항과 금강산을 50시간 가까이 왕복한 만경봉호는 이미 다른 외신들을 통해 ‘녹슬고 비좁은 북한의 제1호 크루즈’(영국 데일리 메일)라는 비웃음을 샀다. 아사히도 “일주일 전 새로 페인트를 칠하고 시험 운전을 마쳤다지만 낡은 설비를 감출 수 없었고, 물이 안 나오는 세면대도 많았다”고 혹평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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