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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피랍” 거짓 트윗 … 30년형 위기

중앙일보 2011.09.06 01:16 종합 14면 지면보기



멕시코 교사 “괴한 학교 침입”
놀란 학부모 몰려 26중 추돌사고
검찰 ‘테러-사보타주죄’ 기소





“형수에게 전화가 왔어요. 학교에서 아이 5명이 괴한에게 납치됐어요.”



 트위터에 올린 이 한 줄이 멕시코 청년을 징역 30년형에 처해질 위기로 몰았다. AP통신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멕시코 동남부 베라크루스의 수학교사인 힐베르토 마르티네스 베라(48)는 지난달 25일 괴한들이 학교에 침입해 어린이 5명을 유괴했다는 내용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올렸다. 이를 본 방송 시사해설가 겸 교사인 마리아 데 헤수스 브라보 파골라는 이를 리트윗(RT·트위터에서 다른 사람의 글을 자신의 팔로어에게 재전송하는 것)했다.



 납치소식은 이들의 팔로어 1600명을 거쳐 일파만파로 퍼졌다. 트위터 내용을 전해 들은 학부모들은 너도나도 학교로 달려갔다. 베라크루스주의 헤라도 부간자 내무국장은 “학부모들이 한꺼번에 차를 몰고 학교 쪽으로 몰려드는 바람에 도로에서 2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며 “그러자 도로에 차를 버리고 학교로 달려갔을 정도로 학부모들의 마음이 다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위터에 오른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현지 언론들은 최근 이 지역에서 마약밀매상들끼리 총격전을 벌이는 바람에 여행자 1명과 기자 3명이 사망한 사건 때문에 불안해하던 시민들이 올린 우려의 글이 확대해석돼 트위터상에서 돌아다닌 것으로 풀이했다. 민감한 시기에 거짓 테러정보로 시민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켜 하마터면 큰 사고를 유발할 뻔한 것이다.



 멕시코 검찰은 마르티네스와 브라보에 대해 ‘테러 및 사보타주’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3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에 피의자 2명은 “다른 데서 들은 이야기를 퍼 나른 것일 뿐”이라며 “140자(트위터가 한 번에 전달할 수 있는 용량)로는 논리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AI)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이들 두 사람에 대한 기소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과잉처벌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SNS의 하나인 페이스북으로 20대 남성 2명이 “폭동을 일으키자”고 선동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영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체스터시 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중범죄법을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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