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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년 창업이 유일한 돌파구다

중앙일보 2011.09.06 01:14 종합 38면 지면보기
세계 최고의 기업인 애플과 구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보이지 않는 공통분모가 있다. 경제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과감하게 벤처로 일어섰다는 점이다. 빌 게이츠가 MS를 창업하고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세운 1975~76년은 오일쇼크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휩쓸었다. 이자율이 20%에 이를 만큼 붕괴 직전이었다. 모두 투자를 줄이고 몸을 사리는 동안 이들은 개인용 컴퓨터와 운영체제(OS)라는 신무기를 들고 나와 세계를 바꾸었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IT(정보기술)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한 1998년, 그것도 야후를 비롯해 선발주자들이 지배하던 검색광고 시장에 뛰어들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중앙일보 창간 46주년 기획기사인 ‘청년 창업, 실패를 허(許)하라’를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빌 게이츠가 “절대 사장(死藏)시키지 말라”고 격찬한 소프트웨어는 이 땅의 척박한 토양에 묻혀 버렸다. 대기업에 치이고, 공장 하나 세우는 데 필요한 70개의 서류를 만드느라 무너진 것이다. 절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수많은 벤처들이 돈 구하느라 뛰어다니고, 단 한 번의 실패로 7년째 학원 강사로 전전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니 이 땅에는 의사, 공무원, 대기업 정규직이 되기 위해 스펙만 쌓는 ‘초식(草食) 청년’들이 넘쳐나고 있다.



 벤처 생태계의 황폐화로 우리가 치른 기회비용은 엄청나다. 새롬기술이 최초로 개발한 인터넷 전화는 미국의 스카이프(Skype)에 밀려났다.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가 처음 선보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후발주자인 미국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묻혔다. ‘창업→투자→성장→인수합병(M&A)→재창업’의 나선형 계단에서 잠시 발을 헛디디면 지옥으로 추락하는 살벌한 국내 환경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작 달콤한 과실을 독차지하는 곳은 뒤늦게 뛰어든 미국 기업들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 열풍이 지나치게 요란했으나, 지금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지금부터라도 규제를 완화하고 정책적으로 청년 창업을 북돋울 필요가 있다. 지난 30여 년간 국내 50대 기업은 대기업과 그 계열사들의 독무대였고, 미국의 애플·MS·구글처럼 당대에 재계 판도를 뒤흔든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새내기 벤처들이 쑥쑥 커야 산업의 숲이 다양해지고 풍성해진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청년 실업 해결도 대기업의 팔만 비틀어선 한계가 있다. 청년 창업이 유일한 돌파구다.



 미국이 경제위기 속에서 저력을 발휘하는 것은 끊임없이 자라나는 벤처 덕분이다. 제조업이 붕괴돼도 청년 창업이 그 공백을 메우며 새 살이 돋고 있다. 애플·구글·MS가 없었다면 지금의 미국 경제는 얼마나 초라하겠는가. 한국 청년들은 창의성이 없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힘들다. 비록 좌절됐지만 미국보다 한 발 앞서 이 땅의 벤처들이 개발해낸 숱한 걸작품들이 그 증거다. 이제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실패도 자산’이란 인식이다. 청년 창업을 고무하고, 실패해도 패자부활전의 돗자리를 깔아줘야 한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수많은 벤처 성공신화들이 나와야 우리 경제의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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