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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백조의 노래

중앙일보 2011.09.06 01:10 종합 39면 지면보기








평생 울지 않다가 죽기 직전에 단 한 번 아름다운 목청을 울려 노래하는 전설을 품은 새가 있다. 우리말로 고니로 불리는 백조(白鳥)다. 긴 목과 하얀 깃털을 가진 자태는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백조로 변신해 레다(Leda)를 유혹하는 장면은 후세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던져줬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미켈란젤로를 비롯해 근대의 니콜라 푸생 등은 에로틱한 백조의 사랑을 그림으로 남겼다.



 백조가 단 한 번밖에 울지 않는다는 것은 근거 없는 속설이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의 빈객(賓客)’으로 대접받는 백조는 여느 새처럼 구슬프게 소리 낼 수 있다. 다만 긴 목을 통해 소리를 내는 탓에 에너지 소모가 커 잘 울지 않고, 재잘대는 작은 새들과 달리 묵직한 소리를 낼 뿐이다. 죽기 전에도 특별히 울지도 않는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백조에게 순백(純白)의 신비감을 씌워주고 싶어 했다.



 17세기 라 퐁텐의 이솝우화 중 ‘백조와 거위’에는 ‘백조의 노래(swan song)’가 나온다. 고기로 쓰려 기른 거위와 운명이 뒤바뀌어 죽음에 처하게 된 백조가 아름다운 목청으로 울어 생명을 지켰다는 얘기다. 슈베르트의 유작(遺作) 가곡집은 ‘백조의 노래(schwanengesang)’로 명명됐다. 곡명이 아니라 ‘최후의 걸작’이란 의미에서 후세 사람들이 붙였다. 백조의 노래는 정치적 승부수나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을 일컬을 때 쓰는 표현이 됐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 백조의 노래가 등장했다.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서다. 당시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 대사는 “노 대통령의 백조의 노래”라고 본국에 보고했다. 노 전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을 정치적 제스처로 본 듯하다.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풍긴다.



 요즘 한국 정치판에도 백조의 노래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서울시장 후보 추대를 놓고 기성 정치인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갈팡질팡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백조의 노래를 읊을 조짐이다. 아름다운 소리가 아닌 죽기 전에 한번 꽥 하고 질러대는 단말마(斷末摩)와 흡사하다. ‘검은 백조(black swan)’마저 덮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치판을 뒤집을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검은 백조들이 군무(群舞)를 추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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