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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피고인 또 법정서 “김정일 만세” … 판사는 구두 경고만

중앙일보 2011.09.06 00:41 종합 18면 지면보기



북한 찬양 혐의 구속된 40대 징역 1년 구형





법정에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찬양하는 돌출행동을 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이 재판 도중 또 김일성 부자를 찬양했다.



 5일 오전 수원지법 형사법정. 재판장(이상훈 판사)이 피고인 황모(43)씨에게 최후진술 기회를 줬다. 황씨는 지난 6월 30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국보법 위반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위대하신 김정일 장군님 만세”라고 외쳐 추가로 기소된 상태였다. 그는 미리 준비해온 A4용지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자신의 김정일 찬양 발언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최후진술문의 마지막 부분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황씨는 “우리 국민의 아버지이고 민족의 영웅이신 김정일 장군과 김일성 수령은 이 세상의 영원한 중심이고 제국주의자들이 아무리 뛰어도 넘을 수 없다. 위대하신 김정일 장군님 만세”라고 외쳤다. 방청객들 사이에 어이없다는 듯 한숨과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 판사가 즉각 발언을 중단시켰다. 이 판사는 “최후진술에서 본인의 생각이나 입장을 말하는 것은 좋지만 무엇 때문에 기소됐는지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또다시 법정에서 저번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은 법정의 명예와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한 번만 더하면 감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황씨에 대해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황씨의 변호인에게 “피고인을 주의시키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기 입장에 대한 주장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대한민국 법원과 재판을 조롱하는 도발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이 판사의 경고 이후에 황씨는 더 이상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판사가 “선고 때 다시 (찬양발언을) 하겠냐?”고 묻자 그는 “꼭 다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후진술을 마친 뒤 이 판사는 황씨를 데리고 나가도록 한 뒤 재판을 끝냈다. 검찰은 이날 “황씨의 발언은 다분히 계획적이고 의도적”이라며 그에 대해 징역 1년, 자격정지 2년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28일 열린다.



 전문가들은 황씨의 이번 행동이 단순히 개인의 법정 소란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김상겸(법과대학장) 동국대 교수는 “단발성이라 해도 법정 소란은 사법질서에 반하는 것이고 내용 자체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법정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일이 우리 헌법이 요구하는 기본질서에 반하고 사회에 여파를 미친다는 점이 판결에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현직 판사는 “피고인은 법정에서 재판장이 부여한 변론 기회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지만 헌법상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있는 북한 지도자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 발언까지 자기 방어의 영역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원=유길용 기자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 운영 황모씨=‘황길경’이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며 이적(利敵) 게시물 수백 건을 작성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카페 회원들은 그를 ‘사령관’이라고 불렀다. 평소 말수가 적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건설회사에서 플랜트 분야를 담당했다. 지난해 11월 회사에서 해고됐다. 사방사 사이트는 경찰청에 의해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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