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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mm 폭우에도 끄떡없어 … 도쿄 지하엔 거대 물탱크 있다

중앙일보 2011.09.06 00:31 종합 20면 지면보기



도쿄 수해방지시설 ‘지하조절지’ 가보니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일본 도쿄시내 지하에 만든 홍수 조절지. 이 터널에는 최대 54만㎥의 물을 채울 수 있다. 공사에는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인 지름 13.5m의 회전식 굴착기가 사용됐다. [도쿄도 건설국 제공]



지난해 추석 전날인 9월 21일, 서울 도심 광화문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 순식간에 쏟아진 폭우를 하수시설이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이날 하루 동안 서울에는 259.5㎜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올해 7월 27일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날에도 서울 관악구에서는 도림천이 범람해 교통이 마비됐다. 시간당 113㎜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원인이었다. 이처럼 최근 기후변화로 과거에 보기 힘들었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도시 홍수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이웃 나라 일본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도쿄(東京)의 수해방지시설인 ‘지하조절지’를 둘러봤다.





거대한 동굴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지름 12.5m의 캄캄한 콘크리트 원형터널은 전등을 비춰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텅 빈 터널 내부는 모든 게 정지돼 있었다. 가끔씩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터널의 침묵을 깨며 작은 파동을 일으켰다. 바깥은 강한 여름 햇살에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지하 43m 터널의 공기는 한기(寒氣)마저 느껴졌다. 바닥 곳곳에 물이 고여 있었고 이따금씩 비릿한 하수구 냄새가 났다.



 지난달 30일 찾은 일본 도쿄시내 ‘간다천(神田川)·환상7호선 지하 조절지(調節池)’ 내부 모습이다. 이곳은 쉽게 말하면 간다천 유역의 홍수 방지를 위해 설치한 ‘지하 물 탱크’다. 유사시 하천이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물을 끌어들여 임시로 저장한다.



 간다천 유역에는 모두 세 곳에 이 같은 하천 취수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날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들과 함께 방문한 곳은 나가노(長野)구에 위치한 젠부구치천(善福寺川) 취수시설. 현장을 관리하는 도쿄도(都) 건설국의 다키시마 마치하루(瀧島正治) 계장은 “이틀 전(8월 28일)에도 많은 비가 내려 이곳에 물을 채웠고, 아직도 1000㎥가량의 물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 곳의 취수시설은 도쿄시내 순환도로인 환상7호선(왕복 3차로)과 간다천 본류와 지천이 만나는 곳에 각각 위치해 있다. 도로 밑 지하에 총 4.5㎞ 길이로 설치된 터널에는 최대 54만㎥의 물을 채울 수 있다. 길이 50m 수영장 27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간다천 유역(면적 10.5㎢)에 평균 51㎜의 비가 쏟아졌을 때 모이는 전체 빗물 양과도 같다.



 다키시마 계장은 “1945년에는 간다천 유역의 절반 정도가 논밭이었지만 80년대 들어 96% 이상이 콘크리트로 덮이면서 폭우가 하천 범람으로 이어져 대책이 추진됐다”고 말했다.









굴착기 앞사람 모습이 ‘소인국(小人國)’ 사람처럼 작게 보인다. [도쿄도 건설국 제공]



 이 시설은 97년 1단계로 2㎞를, 2005년에는 2단계로 2.5㎞를 추가 완공했다.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지름 13.5m의 회전굴착기가 동원됐다. 공사비는 모두 1015억 엔(약 1조4000억원)이 들어갔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93년 8월 27일 도쿄에 시간당 최대 47㎜의 비가 쏟아졌을 때는 주택 3117채(85㏊)가 침수된 반면 1단계 공사가 끝난 뒤인 2004년 10월 9일에는 시간당 최대 57㎜의 폭우에도 46채(4㏊)만 침수됐다. 현재 시설 유지에 연간 1억 엔 정도가 들어간다.



 이곳은 중앙관제실에서 폐쇄회로TV (CCTV)를 통해 하천 수위를 감시하고 있다. 수위가 위험 수준으로 올라가면 수문을 열어 터널을 채운다. 쓰레기를 거르는 장치도 있다. 임시로 채운 물은 폭우가 지나간 다음 다시 펌프로 끌어올려 하천에 재방류한다.



 지하조절지에는 97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28번 물을 채웠다. 다키시마 계장은 “한 번 가동으로 홍수 피해액을 156억 엔 정도 줄이는 것으로 추산한다”며 “그렇게 계산해 보면 벌써 투자비용을 회수하고도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도쿄=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조절지(調節池)=홍수 조절지(flood control reservoir)라고도 하며, 일반적으로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임시로 물을 저장하는 저수지나 연못을 말한다. 홍수 때 하천 수위가 올라가면 수문을 열어 물을 받아들인다. 하천 주변의 습지나 연못을 자연적인 조절지로 활용하기도 한다. 도쿄처럼 도시 지하에 커다란 물 저장탱크를 만들어 인공적인 조절지로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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