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현욱의 과학 산책] 초신성의 우주쇼

중앙일보 2011.09.06 00:22 종합 37면 지면보기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콘텐츠 본부장




‘약 4억4000만 년 전 지구로부터 수백~수천 광년 떨어진 곳에서 초신성(超新星)이 폭발한다. 여기서 발생한 강력한 감마선은 몇 주 내지 몇 개월 동안 지구에 내리 쪼인다. 감마선은 대기 상층부에 이산화질소 등을 만들어내고 이것은 지구를 둘러싼 오존층을 파괴한다. 외부 방사선을 차단하는 오존층이 대폭 줄어들자 지구 표면은 태양의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과거보다 50배 강한 치명적 자외선은 삼엽충을 비롯한 생물종의 거의 3분의 2를 멸종시킨다. 갈색의 이산화질소는 하늘을 뿌옇게 만들어 햇빛을 차단한다. 이 탓에 50만 년이 넘는 기나긴 빙하기가 시작된다.’



 이는 고생대 오르도비스기(紀) 말에 일어난 지구 최초의 대멸종 사건에 대한 시나리오다. 2004년 6월 미국 캔자스대의 천문학자 에이드리언 멜롯이 미국천문학협회 총회에서 처음 발표했다. 실제로 태평양의 해저에선 감마선 피폭의 흔적으로 생각되는 철 동위원소를 다량 함유한 암석층이 발견됐다.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다.



 초신성이란 막대한 질량을 지니게 된 별이 마지막 단계에 대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때 100억 개의 별이 내는 것보다 더 큰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은하 전체의 별을 합친 것보다 더 밝게 빛난다. 초신성은 하나의 은하에서 약 50년마다 한 번 정도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여기서 방출되는 감마선이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치려면 26광년(초신성 유형 2)이나 3300광년(유형 1) 이내의 거리에 있어야 한다. 지구는 수억 년마다 한 차례씩 이런 감마선에 노출된 것으로 짐작되지만 큰 피해를 본 것은 한 차례뿐이고 그나마 추정이다.



 초신성이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약 45억 년 전 태양계가 생성된 것도 인근에서 폭발한 초신성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고속으로 날아가는 초신성의 껍질 파편은 성간물질이 뭉쳐져 별이 형성되도록 돕는다. 또한 철보다 무거운 모든 원소는 대부분 초신성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구에 금과 우라늄이 비교적 풍부한 것은 태양계 생성 당시 초신성 폭발이 잦았기 때문이다.



 마침 2000만 광년 떨어진 이웃 은하에서 초신성이 나타난 것으로 지난달 확인됐다. 보름달 크기의 백색왜성이 이웃 별의 물질을 흡수해 폭발한 유형(1a)의 초신성이다. 오는 10일을 전후해 최대 밝기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일반인이 쌍안경으로 초신성을 관찰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콘텐츠 본부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