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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 FTA, 이젠 걸림돌 치울 때다

중앙일보 2011.09.06 00:21 종합 37면 지면보기






김석한
변호사·미국 워싱턴 애킨검프
법률회사 시니어 파트너




여름철 휴회가 곧 끝나는 미국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다시 논의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한국 국회도 올가을 회기에 한·미 FTA 협정을 비준하기 위해 여야가 절충을 벌이고 있다. 이제야말로 한·미 두 나라가 마지막 걸림돌을 치워야 할 때다. 그러지 않으면 양국 관계의 호시절을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민주 양당은 한·미 FTA가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한·미 FTA와는 무관한 정치적 갈등 때문에 비준이 미뤄지고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역조정지원제도(TAA)다. TAA는 수입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미국 노동자들을 돕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제도의 연장을 한·미 FTA 비준과 연계시키려고 하나 공화당은 반대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미 FTA를 TAA 연장의 지렛대로 쓰는 데 회의적이다. 하지만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지 기반인 노동계를 달래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다른 정치적 걸림돌들도 있다. 최근 백악관과 공화당이 치열하게 맞붙었던 정부예산 부채한도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그 결과 두 진영 사이에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런 마당에 공화·민주 양당은 9%를 웃돌고 있는 실업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연방정부의 지출 확대를 놓고는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일자리 관련 입법 과정에서 양당의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는 양당이 한·미 FTA를 비준하기 위해 정치적인 딜을 벌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다. 의회의 입법 일정도 앞으로 몇 달 동안 꽉 차 있다. 특히 몇 주 사이에 의회는 논란으로 비화할 만한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특허법 개정, 고속도로 지원법, 연방항공국 권한 갱신 등이다. 의원들은 이 법안들을 처리하는 데 매달려 한·미 FTA 비준에서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치적 걸림돌들이 가득하지만 한·미 두 나라 정치 지도자들은 필사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한·미 FTA와 여타 정치적 이슈를 분리하고, 비준으로 가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의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수정하고 통과시키기 위해 많은 정치적 자본을 투하해 왔다. 그는 교역을 확대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자신의 핵심 전략이라면서 무역대표 론 커크를 각 주에 파견해 FTA 협상을 홍보하도록 했다.



 한·미 FTA 협상안이 (일단 회부되면) 미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 경제인들이 한·미 FTA 통과를 촉구하고 있고 몇몇 노동조합들도 지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에 쏟아부은 에너지를 생각해서라도 즉각 행동에 나서 비준을 마무리해야 한다. 한·미 FTA를 통과시키고 싶은 의원들의 속마음을 잘 활용하면 앞으로 두 달 이내에 비준도 가능하다.



 한국 정치 지도자들은 당리당략을 떠나 장기적인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이익엔 한·미 FTA가 한국의 주요 기업들에 가져다 주는 이익도 포함된다. 또 한·미 FTA 덕분에 교역과 투자가 늘어나 발생하는 파생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이 한국에 심어 놓은 경제적 이해가 커질수록 한국을 방어하려는 미국의 의지도 강해지고, 그 결과 한국이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도 커진다.



 한·미 FTA는 단순한 무역 합의가 아니다. 두 나라 정상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타결이다. 한·미 FTA라는 한결 강화된 한·미관계는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의 여러 가지 이익을 높여줄 수 있다. 한·미 FTA 비준만큼 두 나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길은 없는 셈이다.



김석한 변호사·미국 워싱턴 애킨검프 법률회사 시니어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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