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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대학생에게 빚 권하는 저축은행

중앙일보 2011.09.06 00:21 경제 8면 지면보기






한애란
경제부문 기자




최근 한 신용카드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 ‘EF론카드 주의보’가 떴다. 이 카드를 만들면 은행 거래를 못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다. “카드를 이미 만들었는데, 해지해야 하느냐”는 질문 수십 개가 줄을 이었다. 도대체 어떤 카드이길래 그럴까.



 수소문해 보니 EF론카드는 마이너스통장대출을 이용하기 위한 입출금카드였다. 발급처는 충북 청주에 있는 중소형 저축은행인 한성저축은행. 2009년 10월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발급해 왔다. 이용자 수는 9300여 명. 이 저축은행 전체 거래자(4만5047명)의 5분의 1에 달한다.



 지방의 작은 저축은행에서 1만 명 가까운 대학생들이 돈을 빌린 건 교묘한 홍보의 힘이었다. 저축은행과 대출중개업자는 ‘마이너스 200만원 한도가 있는 체크카드’라고 이 상품을 소개했다. ‘대학생을 위한 유일한 신용카드’ ‘나만의 비상금 카드’라는 문구도 동원했다. ‘대출’이란 말은 쏙 빼고 마치 신용카드인 양 포장했다. 연 19% 고금리는 ‘100만원 빌리면 하루 이자 520원’이란 말로 표현했다.



 휴대전화 요금이 연체돼서, 어머니 생신 선물 때문에, 오토바이를 사려고…. 대학생들은 겁 없이 이 카드를 발급받고 쉽게 돈을 빼썼다. 심지어 “돈 필요할 때를 대비해 신청해 놓면 나쁠 게 없다”는 대학생도 있었다.



 그런데 나쁠 게 없는 게 아니었다. 저축은행이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순간 신용평점이 하락할 뿐 아니라 등급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후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을 때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연체라도 하면 신용등급은 더 추락한다. 한성저축은행은 이런 점을 다 인정하면서도 “신청할 때 신용카드가 아닌 대출이라는 걸 안내한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EF론카드가 아니더라도, 다른 저축은행들 역시 대학생 대출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달리 돈 굴릴 곳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을 사채로 내모는 것보다는 낫다”는 나름의 명분도 댄다. 지켜보자니 안타깝다.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기도 전에 빚 내는 법부터 배워야 하는 우리의 청춘들이. 내 아들, 내 딸이 그 카드를 쓰는 걸 지켜보며 마음 편할 부모가 몇이나 될까.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아직 저축은행의 대학생 대출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경영진단 때문에 바빠서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애란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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