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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하기 힘든 신용카드 … 장롱카드 3295만 장

중앙일보 2011.09.06 00:11 경제 4면 지면보기



기자가 직접 해지해 보니





회사원 김모(30·서울 당산동)씨는 최근 바쁜 시간을 쪼개 우리은행을 찾았다. 오랫동안 안 쓴 신용카드를 해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콜센터에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해지 처리를 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직접 창구를 찾았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인터넷으로 해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 은행 카드를 2장 이상 갖고 있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우리은행뿐만이 아니다. 김씨가 몇 달 전 KB국민카드를 해지하려고 했을 때는 아예 담당 직원에게 전화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업무시간 틈틈이 계속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자가 직접 신한카드·현대카드 등 주요 카드사 콜센터에 전화해 신용카드 해지를 신청해봤다. 담당 부서에 연결되기까지만 3~5분이 걸렸다. 겨우 연결돼도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해지신청을 받기는커녕 시간을 끌며 해지 막기에 나섰다.



처음엔 “앞으로 5년간 연회비를 무료로 해주겠다”거나 “포인트를 추가로 넣어줄 테니 다시 사용해 보라”며 설득했다. 그래도 “해지해 달라”고 요구했더니 “카드 해지 실적이 남아 신용관리에 좋지 않다”는 위협까지 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래도 “사용하지 않는 카드이니 정리하겠다”고 하자 “5년간 연회비를 안 받을 테니 그냥 놔두라”며 애걸조로 바뀌었다. 그러면서도 끝내 신용카드 해지는 해주지 않았다. 결국 창구에 직접 가지 않으면 신용카드 해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확인한 셈이다.



 이렇게 카드 해지가 어렵다 보니 쓰지 않는 카드도 그냥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무실적 신용카드는 2008년 말 2572만 장에서 계속 늘어 올 6월 말 현재 3295만 장이었다. 전체 발급 카드 네 장 중 한 장이 이른바 ‘장롱 신용카드’인 셈이다. 카드 업계는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에는 장롱카드가 3500만 장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장롱 신용카드가 늘면 카드사와 고객 양쪽 모두 불필요한 돈을 쓰게 된다. 카드 1장 발급에는 모집인 수당을 포함해 5만~10만원 정도가 든다. 고객은 쓰지 않는 카드라도 연간 5000원에서 1만원가량의 연회비를 물어야 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표준약관에는 본인이 해지 신청을 할 경우 1년 이하 무실적 카드 연회비는 돌려주고, 2년 이상부터는 실적이 없을 경우 연회비를 부과하지 못하게 돼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급증하는 휴면카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휴면카드 감축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위·금감원·여신금융협회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동 중”이라며 “9~10월 중 실효성 있는 휴면카드 감축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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