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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 포장 없애 농산물 가격 낮출 것”

중앙일보 2011.09.06 00:10 경제 4면 지면보기



농협 50주년, 최원병 중앙회장















“지금은 농협이 새로 태어나는 시점이다.”



 최원병(65·사진) 농협중앙회장이 6일 농협 출범 50년을 맞아 털어놓은 소회다. 쉰 살이면 지천명(知天命)-하늘의 뜻을 알게 되는 나이, 재탄생 운운하긴 좀 과한 듯도 싶다. 그러나 사연인즉 그럴 만하다. 내년 3월이면 농협중앙회는 셋으로 쪼개진다. 농협의 금융사업 부문과 경제사업 부문이 각각의 지주회사로 분리된다. 김영삼 정부 이래 17년을 별러 온 구조 개편이 시작되는 것이다. 창립 50주년 행사를 앞둔 지난달 말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사에서 최 회장을 만났다. 그는 “새로 태어난 농협에선 배추 파동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농협 개편으로 농민·소비자가 얻는 게 뭔가.



 “농부는 제값 받고 소비자는 제값에 살 수 있게 된다. 농산물 값의 65~70%는 유통 비용이다. 유통만 제대로 하면 그만큼 값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역할을 농협이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잘 못했다. 기본 시설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농산물 값이 얼마나 싸진다는 얘긴가.



 “농촌경제연구원 등과 합동으로 분석·계산해 봤다. 유통 조직이 규모화·전문화되는 2020년께에는 농가 소득이 한 해 2조1000억원 정도 늘어난다. 유통 마진은 연 7000억원 정도 줄어든다. 그만큼 소비자 가격도 싸지는 셈이다. 국가적으론 3조원 정도 이익이다.”



 -이마트가 한우값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농협이 계획하는 것처럼 유통 단계를 확 낮추겠다는 거다.



 “출발은 늦었지만 농협이 하면 훨씬 잘할 수 있다. 이마트보다 더 싸게, 질 좋은 한우를 공급할 수 있다. 비교가 안 될 거다.”



 -고비용 유통 구조가 문제된 지 30년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개선한다고 했다. 그런데 안 됐다. 애초 안 되는 일인가.



 “유통 단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통회사들이 수수료를 좀 낮춰야 한다. 예를 들면 농수산 홈쇼핑 수수료가 40% 정도다. 그게 다 결국은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개인적으론 한 25% 정도면 충분하다 싶은데, 기업하는 사람들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대안이 있나.



 “우선 농산물 판매·유통 수수료를 줄이고 과대 포장을 없애겠다. 꿀통 하나만 봐도 그렇다. 꿀은 3만원인데 오동나무 함에다 금칠을 하고, 열쇠까지 채워서 5만원을 받는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계속 지적한 문제다.”



 농협은 최근 사업구조 개편에 필요한 자본금을 모두 27조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자체 조달이 어려운 6조원에 대해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세계 경제가 심상찮은 데다 몇 년 새 나라 곳간 사정도 많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족 자본금을 모두 지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정부를 믿고 있다. 최종적으로 검토해서 최대한 지원할 것이다. 기획재정부 쪽에서도 농촌·농업이 어려우니까 최대한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걸로 안다. 문제는 정부 살림살이가 워낙 어렵다는 건데…. 그래도 대통령께서도 평소 농협에 대해 항상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흥정하듯이 얼마 줘라, 얼마 깎아라, 이렇게는 안 할 거라고 생각한다.”









1961년 농업은행 이천지점 게시판에 붙은 농사자금 배정공고를 보고 있는 농민들.



 -개편 후 농협중앙회의 힘이 약해지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중앙회가 금융·경제 지주회사의 지분을 100% 갖게 된다. 협동조합이 뭔가. 조합원이 회원 조합을 지배하고, 회원 조합은 농협중앙회를 지배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 위에 농협중앙회가 출자해 금융·경제 지주회사를 지배한다. 그래야 협동조합 원리에 맞는다.”



 -내년 출범할 금융 지주는 총자산 230조원으로 국내 4대 규모의 초대형 금융회사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금융회사는 특히 전문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권 입장에선 자기 사람을 앉히고 싶어 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는 농협 금융 전문인을 앉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협 출신도 수십 년간 금융을 했으면 전문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물론 인사추천위원회에서 내외부 사람을 다 추천할 것이다. 엄청난 변화가 올 거라고 본다.”



 -올봄 전산망 장애 사건으로 고객의 실망이 컸다.



 “보안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미 최고정보보호책임자(CSO)를 새로 임명하고 정보기술(IT) 인력을 대폭 보강했다. 2015년까지 5175억원을 투입해 시설과 전문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최 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로 끝난다. 올 12월엔 새 중앙회장을 뽑게 된다. 그는 선거에 강하다. 1986년 경북 경주시 안강농협 조합장으로 선출된 이후 내리 6선에 성공, 20여 년간 조합장 자리를 지켰다.



 -회장 임기가 끝나가니 거취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연임에 성공한 최초의 중앙회장이 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출마) 한다 안 한다 얘기할 때가 아니다. 지금 50주년 행사도 있고, 구조 개편이라는 큰일도 있고, 부족 자금도 받아야 한다. 이런 큰일들을 앞두고 ‘회장 다음에 한 번 더 할 테니 도와주쇼’ 이러는 건 맞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농협을 제대로 끌고 갈지 걱정하는 데만도 벅차다.”



만난 사람=이정재 경제데스크

정리=임미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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