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영진단 쇼크 저축은행들…주총 날짜도 못 잡고 끙끙

중앙일보 2011.09.06 00:09 경제 2면 지면보기








“지난해엔 8월 말에 일찌감치 주총을 했다. 올해는 날짜도 못 잡고 있다.”



 한 저축은행 대표가 5일 전한 저축은행 업계의 분위기다. 이전보다 훨씬 깐깐해진 금융당국의 경영진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재무제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주총을 끝내 감사보고서를 확정한 저축은행은 9개에 불과했다. 한국투자·삼성·국제·남양·조흥·한성·융창·영진·아산 저축은행 등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주총을 끝낸 회사수(28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총을 일찍 한 것은 경영진단을 수월하게 통과했고 재무상태에도 자신이 있다는 뜻”이라며 “올해 이 숫자가 줄어든 건 그만큼 경영상태가 불안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영진단 결과는 금융당국조차도 놀라게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업계 최상위권으로 분류되는 대형 저축은행이 경영진단 결과 자본잠식 상태인 걸로 나와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자산규모가 크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많을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영업정지 조치로 이어질 수 있는 ‘경영개선명령’ 사전통보를 받은 12개 저축은행에 대형사가 3개 이상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영업정지될 최악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해당 저축은행들이 자구노력을 하고 있고 저축은행과 당국 간에 경영진단 기준에 대한 이견을 조정하는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전통보를 받은 저축은행들은 현재 계열사 매각과 대주주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산이 5000억원을 넘지 않는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몸집이 가벼워 자구노력이 수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산정과 회계처리 기준도 변수다. 저축은행들은 “갑작스레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 경영지표가 악화한 것처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대출모집인 수수료의 회계처리 방식’이다. 대출이 나간 시점에 모두 비용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는 당국의 입장과 대출기간으로 나눠 비용처리를 해야 한다는 업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개인회생채권의 충당금 비중과 비업무용 부동산의 가치산정 방식도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부분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BIS 비율이 함께 올라가고, 사전통보를 받은 저축은행 중 상당수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과 업계의 걱정은 또 있다. 불안해진 고객들이 돈을 빼가는 ‘뱅크런(예금인출사태)’이 일어나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사태 뒤 제도를 고쳐 영업정지 뒤 일주일 안에 4500만원까지 바로 찾을 수 있게 했다”며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고객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원을 넘겨 예금한 고객들은 만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영업 중인 98개 저축은행에서 5000만원 초과 예금을 보유한 개인 예금자는 6만3342명, 예금자보호 초과액은 2조2481억원이다.



나현철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