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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허를 찌른 쑨리의 묘수, 57

중앙일보 2011.09.06 00:04 경제 15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이창호 9단 ●·쑨리 5단












제6보(57~67)=흑은 백을 꼭 잡아야 한다. 비겨도 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둑이 여기서 끝나는 것일까. 그러나 장고 끝에 57이 떨어지고 프로들은 순간적으로 직감한다. 뇌리를 스쳐가는 수순, 그렇다. 그곳이 수상전의 급소였다. ‘참고도1’처럼 한발 더 가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건 백2로 먹여쳐서 안 된다. 상대방의 급소가 곧 나의 급소였다.



 아마도 57에 가장 크게 놀란 사람은 이창호 9단이었을 것이다. 박영훈 9단은 “착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 9단이 57을 못 보고 수상전을 감행했을 가능성을 말한 것이다. 정황상 맞는 얘기다. 57을 봤다면 이 코스로 올 사람은 없다.



 58로 따냈으나 59로 가만히 밀고 들어온다. 이것으로 흑이 한 수 빠르다. 바둑이란 참 오묘한 것이다. 가장 비능률적으로 보이는 57과 같은 둔탁한 수가 때로는 가장 훌륭한 수가 된다. 그건 어쩌면 인생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63까지 죽음을 확인한 이 9단은 64로 공격에 나선다. 바둑은 당연히 흑이 우세할 것이다. 그러나 백도 몹시 두터워(A, B가 선수다) 아직은 해볼 만하다는 견해도 있다. 65는 응수타진. 66은 ‘참고도2’를 거부한 것. 쑨리는 다시 67로 응수를 물어온다. 배부른 흑이 좌변을 버리려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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