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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피해 늘었다고요? 예전엔 털린 줄도 몰라”

중앙일보 2011.09.06 00:00 경제 11면 지면보기



이득춘 KISIA 회장





“요즘 해킹 피해가 잦은 이유요? 역설적이지만 보안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도둑맞은 줄도 모르는 수준에서 그나마 털린 걸 아는 수준이 된 겁니다.”



 이득춘(48·사진)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KISIA) 회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보안 사고가 터지는 요즘 상황과 관련해 “최고경영자(CEO)는 ‘보안=투자’로, 정부는 ‘보안=국방’으로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KISIA는 국내 139개 중소 보안업체의 모임이다.



 이 회장은 특히 CEO부터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고객과 담당 직원은 보안의식이 높아진 반면 대다수 기업 경영자들은 15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보안을 (돈만 들고 생색 나지 않는) 낭비로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CEO가 바뀌지 않으면 최고보안책임자(CSO)가 있다 해도 ‘보안 사고 때 책임질 사람’에 그친다는 것이다. 심지어 ‘보안 사고가 나도 법무법인(로펌)에 맡기면 5억원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 기업인도 있었다며 안이한 보안의식을 꼬집었다.



 그는 “이달 30일부터 보안 의무를 강화한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다”며 “보안 마인드를 바꿔야만 하는 때가 다가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소규모 자영업자도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갖게 된다. 개인정보를 유출했을 경우엔 민·형사상 책임도 묻는다.



 업계의 또 다른 이슈는 대기업과 정부가 보안 전문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문제다. 구글이 촉발한 소프트웨어(SW) 대란에다 각종 보안 사고마저 속출하자 대기업과 정부 부처들이 너도나도 인력 확보에 뛰어들면서 중소 보안전문업체의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그는 “중소기업에서 사람 한 명 키우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대기업과 정부가 소수 기존 인력을 빼가기보다 뛰어난 인재를 자체 육성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바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보안 수요가 급증해 이들과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진출에 힘쓰고 있다. “바람이 세게 불 때가 연을 날릴 때입니다. 해킹 사고와 현재 SW 업계가 겪는 어려움을 자성과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죠.”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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