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균제 대신 매일 청소하면, 가습기 걱정 끝

중앙일보 2011.09.05 06:13 건강한 당신 1면 지면보기



[커버스토리] 가습기 바른 사용법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 증후군의 주범으로 추정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살균제를 쓰지 말고 가습기를 매일 청소하면 별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사진은 한 주부가 가습기에 살균제를 넣는 모습. [김태성 기자]







“가습기 살균제 관련 뉴스를 본 뒤 쓰다 남은 세정제를 버렸어요.”(ID 예비맘이브)



 올해 임산부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 미상 폐 손상 증후군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뒤 주부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이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카페인 ‘레몬테라스’ ‘맘스홀릭’ 등에는 황당함과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네티즌 ‘muso770830’은 “아예 가습기 안 쓰고 겨울에 빨래 널고 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일 뿐 가습기 자체는 문제가 될 게 없다”며 과도한 불안감을 경계한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원인 미상 폐 손상 증후군의 원인은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는 것이지 가습기가 문제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생활을 주로 하는 현대인들에게 적정한 실내 습도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균·바이러스와 싸우려면 면역력이 강해야 한다. 그래야 병에 걸리지 않는다. 면역력을 좌우하는 첫 관문은 코와 기관지다.



 콧속은 매우 정교한 기관이다. 공기정화기·에어컨·라디에이터가 하나로 집약된 종합 가전제품이다. 코 안쪽은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조직인 점막으로 돼 있다. 여기서 점액이 분비된다. 이 점액과 섬모(纖毛·미세한 솜털)가 공기에 든 세균·바이러스·미세먼지를 걸러낸다. 실내 습도가 적정하게 유지돼야 코가 문지기 역할을 제대로 한다.



 인체에 적절한 습도는 45~55%다. 이는 습도계로 쟀을 때 수치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는 “콧속의 습도가 잘 유지돼야 코의 기능이 작동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감기·비염·축농증과 같은 코 질환은 물론 폐렴·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의 호흡기 질환이 생긴다”고 말했다.



 적정 습도는 기관지에도 중요하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박성훈 교수는 “기관지에도 미세한 털인 섬모가 있다. 이 섬모가 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신체 밖으로 배출한다”고 말했다. 섬모는 주변 환경의 습도가 적절해야 부드럽게 움직인다. 한림대성심병원 폐 센터장 정기석 교수는 “너무 마른 공기가 갑자기 들어오면 코와 기관지가 자극을 받아 외부 찌꺼기를 정화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노약자에게 적정 습도는 특히 중요하다. 하정훈소아과 하정훈 원장은 “영·유아와 소아는 독감·기관지염·폐렴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며 “체중 2.5㎏ 미만으로 태어난 미숙아도 습도 조절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최종원 교수는 “습도가 낮으면 아토피 피부염이나 노인의 건성습진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천식환자나 COPD 환자는 기관지가 예민해 차고 마른 공기를 마시면 기침을 한다. 원래 기도가 좁은 상태에서 기침을 많이 하면 기도가 구부러졌다 펴지면서 숨을 쉬기가 어려워진다. 적정 습도를 유지하려면 실내온도가 18~20도면 좋다.



실내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데 가습기만큼 좋은 게 없다. 대신 가습기의 물을 매일 갈아주고 세척해야 한다. 가습기 물은 물통에 물을 5분의 1 정도 넣고 충분히 흔들어 2회 이상 헹군다. 물이 남아 있어도 하루가 지났다면 버려야 한다.



 가습기의 물통과 진동자(振動子·물방울을 만드는 장치) 부분은 이틀마다, 분무(噴霧) 유도관이나 분출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부드러운 스펀지나 천으로 닦는다.



 가습기는 일주일에 한 번 중성세제로 세척하고 세제가 남지 않도록 깨끗이 헹군다. 락스·비누, 알칼리성·산성 세제, 기름 성분의 유기세제는 적절하지 않다. 가습기를 고를 때 입구가 넓은 걸 사야 한다. 그래야 청소하기 쉽다. 가습기는 머리맡에서 되도록 멀고 높은 데에 두고 쓴다.



 가습기 사용이 번거롭다면 젖은 빨래나 수건을 널어 실내습도를 조절한다. 정기석 교수는 “집안에 미니 분수대나 수족관, 화분을 놓는 것도 방법”이라며 “물을 충분히 마셔 코와 기관지를 촉촉히 유지하라”고 말했다. 숯을 그릇에 담고 물을 부어두면 숯이 습기를 뿜어낸다. 레몬이나 귤처럼 수분이 많은 과일 껍질을 널어두면 습도가 올라간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은 화장품·샴푸·물티슈 등에도 쓰인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센터장은 “가습기 살균제는 호흡으로 노출돼 폐 손상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제품은 피부로 노출돼 피해가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정기석 교수는 다만 “락스·페인트·주방세제 등에 든 강한 화학물질에 오래 노출되면 기관지 점막이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에 화장실처럼 밀폐된 공간에선 반복적으로 장시간 사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습도(濕度)=공기 중에 수증기가 포함된 정도. 일반적으로 습도는 상대습도를 가리키며, 주어진 온도에서 대기가 함유할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과 현재 수증기 양의 비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글=황운하·이주연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가습기 물 교환 요령



● 남은 물은 매일 버린다



● 물을 20% 정도 넣고 2회 이상 흔들어 헹군다



● 진동자(振動子·물방울을 만드는 장치)에 남은 물도 버린다



가습기 세척 요령



※자료: 질병관리본부



● 세척 전 손을 깨끗이 씻는다



● 진동자나 물통은 이틀마다 부드러운 스폰지나 천으로 닦고 주 1회 중성세제로 씻는다



(락스·비누, 알칼리성·산성 세제, 기름성분 유기 세제 사용 금지)



● 물통은 부드러운 솔이나 천으로 씻는다



● 가습기를 2~3일 안 썼으면 물통·진동자를 세척한 뒤 쓴다



● 안 쓸 때는 건조한 상태로 보관한다



● 주 1회 솔이나 천으로 분무유도관이나 분출구를 닦는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