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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수시모집 선발기준 변화 조짐

중앙일보 2011.09.05 02:12



파격적인 비교과 활동보다 우수한 학업 성적 중시할 듯







7일까지 수시 2차(일반전형) 원서접수를 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올해 수시모집에선 선발 기준의 무게를 비교과 활동보다 학업 성적에 둘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교과성적을 대신하는 파격적인 비교과 활동 실적을 가진 신입생을 선발했던 그간의 평가 관점의 방향을 일부 틀었다. 실업계 고교 출신으로 일명 ‘로봇 영재’로 불리며 KAIST에 합격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학생이 학업 부진 등을 이유로 입학 1년 만인 올해 초 자살한 사건의 여파 때문이다.



KAIST 윤달수 입학사정관실장은 “그 사건 이후 지원자가 KAIST에서 학업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학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강화됐다”며 “수학능력이 부족해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근 2년 동안 보였던 파격적인 학생 선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6~7월에 진행된 수시 1차(학교장 추천 전형) 면접에서는 KAIST의 신입생 선발 기준을 엿볼 수 있다. 7월 8일 서울 가락고에서 실시된 면접에서는 이택동·임형규 면접관이 김동석(가명·가락고 3)군을 면접했다. 이택동 면접관은 “새로운 학업에 스스로 도전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졌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며 “졸업 후 미래 성공 가능성의 잠재력도 심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KAIST 수시모집 심층면접은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자기소개서, 수학·과학 교사 의견서, 담임교사 의견서, 학교생활기록부, 우수성 입증자료 목록(연구보고서, 수능모의고사 성적, 포트폴리오 등))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KAIST 2차 수시모집 일반전형은 10월 21일까지 선발정원(750명 전후)의 2배수를 면접 대상자로 선발해 11월 18일 심층면접을 실시할 계획이다. 다음은 면접 대화를 재구성한 내용 일부와 분석이다(존칭과 높임말은 생략).



이택동(이하 ‘이’)=생활기록부상 진로계획이 처음엔 치과의사였다가 이후 생명공학자로 바뀌었다.



김동석(이하 ‘김’)=생각 없이 편한 직업만 찾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특강에 참여하면서 이공계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이=POSTECH에서 느꼈으면 POSTECH으로 지원해야 하지 않나.



김=KAIST에 비해 POSTECH은 정원이 적고 역사가 짧으며 외국 학생과의 교류범위가 작다고 판단해서다.



임형규(이하 ‘임’)=서울대도 갈 성적인데 KAIST에 지원한 이유는.



김=교육과정이 이공계 중심이어서 대학원에 갈 때 유리할 것 같아서다.



이=생명공학의 어떤 매력에 끌려 지원했나.



김=사람 몸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각종 성분들이 유전적 질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호기심을 갖게 됐다.



이=KAIST에서 무얼 이루고 싶은가.



김=새로운 분야를 찾아 공부하고 교수도 되고 싶다.



이=교수 되려고 생명공학을 공부하는 것인가.



김=산업체 연구원도 될 수 있다. 이공계의 성공 모델은 우수 연구로 노벨상을 받거나, 기업의 리더가 되는 것인데 어느 쪽인가.



김=돈은 못 벌어도 (기업이나 연구소의)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그건 직업일 뿐이지 생명공학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없어 보인다.



김=공부하면서 더 생각해볼 계획이다.



이=흥미로운 분야로만 보일 뿐 구체적인 건 없다는 뜻인가.



면접관은 학업계획과 진로계획의 연관성을 계속 묻고 있다. 반면 지원자는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탓에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을 배워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뚜렷한 소신이 부족하다고 보여 면접관이 같은 주제의 질문을 내용만 바꿔 계속 되묻고 있는 것이다. 지원자가 KAIST를 선택한 이유와 학업에 대한 열정을 보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성공하기 위해 특징·장점 등 자신이 걸 수 있는 것을 말해보라.



김=열정과 끈기가 많다. 중학교 때 놀다 고교때 열심히 해 성적을 올린 것이 그 예다.



이=대답이 약하다. 자연과학 현상을 빨리 이해하는 능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김=(보고서 등을 모은 포트폴리오 제시)



임=하려는 일이 잘 안돼 힘들어한 때가 있나.



김=학생회 활동에 치우쳐 성적이 떨어져 힘들었으나 이를 계기로 더 열심히 공부했다.



임=좌절감을 맛 본 적은.



김=POSTECH 잠재력 계발수업에 참여했을 때 준비를 안 해 강의를 이해하기 힘들었었다.



임=KAIST에서 학업을 못 따라갈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김=친구나 조교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원자의 특기·재능보다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물었다. 학업부담 때문에 신입생이 자살한 사건의 영향이 엿보인다. 학업능력이 부족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방법까지 물었다.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담을 준비해야 한다. 면접관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기위해 발휘한 자신의 능력과 가치관을 정리해야 한다.



이=과학성적이 기대보다 부족하다. 정답을 말하지 못해도 좋다. 도중에 힌트를 줄 테니 답해보라. 화학물질의 결합형태엔 어떤 게 있나/이온금속 중 어떤 결합이 약한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해보라/음이온과 양이온의 결합력을 설명하라/금속결합이란 무엇인가/전기 전도는 어느 쪽이 더 좋은가/이온결합은 빛이 통과할 수 있는가/ 빛이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탐구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과학지식을 묻는 질문들이다. KAIST에서 공부할 능력이 있는지를 묻는 연장선이다. 질문 내용과 수준은 답변에 따라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지원자의 답변 수준에 따라 간혹 상식과 교과 범위를 넘는 질문도 했다. 지원자는 관심사에 대한 기본 배경지식과 교과지식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KAIST는 내부적으로 교과와 비교과에 대한 평가비율을 7대 3 정도로 배분하고 있다. 여기엔 내신 성적, 수능모의고사 성적, 수상 실적, 자격증, 과제물 평가자료, 우수 활동 등의 내용도 포함된다.



이=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의 요구가 꼭 옳지만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김=축제 때 다른 학교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오는 것을 관리상의 문제로 교장·교감이 반대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교 부회장을 한 이유는.



김=색다른 경험을 쌓고 싶었다.



임=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성격이 타고난 것인가 의도한 것인가.



김=능력이 된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생각이다.



이=자신이 면접관이라면 자신을 합격시켜야하는 이유를 말해보라.



김=과학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 분위기에서 우수한 학생들과 경쟁하면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이=과학 실험이나 수학문제 풀이 때 남들이 생각 못한 점을 생각하는 등 자신이 창의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점을 말해보라.



김=부등식 문제를 기하학적으로 풀었을 때 스스로 창의성을 느꼈다.



임=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창의성을 발휘한 경험이 있나.



김=학교축제 준비 때 학생들이 준비한 것과 선생님들이 요구하는 것이 엇갈린 점을 아이디어를 내 보완했다.



임=학생회 임원 때 남다르게 한 활동이 있나.



김=금연캠페인을 벌였다. 다른 학교는 홍보를 한 반면, 난 친구와 쉬는 시간마다 단속·계몽 활동을 벌였다.



창의성, 리더십, 의사소통능력을 평가하는 대목이다. 학교생활기록부의 비교과 활동을 바탕으로 질문들이 주어진다. 활동하면서 무슨 경험을 했고 어떤 능력을 발휘했으며 무엇을 깨달았는지 정리해야 한다. 그것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도 제시해야한다. 이를 위해 과학인재를 기르는 KAIST가 지원자에게서 보고 싶어하는 점을 분석해야 한다. 지원자가 면접관이 돼 자신을 뽑아야 할 이유를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설득력이 필요하다.



[사진설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택동(가운데)·임형규(오른쪽) 면접관이 KAIST 수시모집에 지원한 김동석군을 면접하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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