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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남북 축구 때 관중들 태극기 들었다고 화내”

중앙일보 2011.09.05 01:11 종합 6면 지면보기



정몽준 자서전서 ‘안 좋은 추억’ 공개



대구육상 즐기는 박근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3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시민들과 함께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관람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관람객들과 대화 도중 우사인 볼트의 100m 결승 실격을 언급하며 “출발 때 한 번 실수로 실격시키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4일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을 출간했다. 책에는 ‘박근혜 전 대표와 얼굴을 붉힌 이유’라는 5쪽 분량의 별도 장(章)이 포함됐다. 자신과 박 전 대표 간에 있었던 ‘안 좋은 추억’을 공개한 것이다. 정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정치인이니 국민도 아시면 참고가 된다고 생각해 썼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전 대표의 책에 담긴 박 전 대표와의 일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2002년 9월=“북한을 방문한 박 전 대표는 북한 축구팀의 남한 방문을 제안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축구팀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박 전 대표는 대한축구협회에 (남북 축구 대결) 개최를 요청했으나 (우리) 선수들이 받는 수억원대 연봉은 프로구단이 주는 것이고, 프로축구 경기 일정도 빡빡해 협회가 마음대로 선수들을 불러낼 수 없었다. 협회 조중연 전무가 이런 사정을 설명했는데 박 전 대표는 화를 펄펄 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내가 박 전 대표에게 직접 설명했으나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프로구단에 통사정해 간신히 대표팀을 소집했다. 그런데 (같은 해 9월 열린) 경기 당일 박 전 대표가 화난 얼굴로 내게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했다. 관중들이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남북한이 동시 입장할 때 들었던) ‘한반도기’를 들기로 했는데 왜 태극기를 들었느냐는 것이다. 또 ‘붉은악마’가 ‘대한민국’을 외치자 (박 전 대표는) 구호로 ‘통일조국’을 외치기로 했는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내게 다시 항의했다.”



 ◆2009년 9월=“한나라당 대표 취임 후 박 전 대표와 50분간 만났다. 회동 뒤 기자들이 내게 ‘박 전 대표 10월 재·보선을 도울 건가’라고 물어 내가 ‘박 전 대표도 후보들이 잘 되길 바라시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 뒤 박 전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항의했다.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화를 내는 박 전 대표의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바람에 아주 민망했다. 그 며칠 전 세종시 특위 구성 문제로 박 전 대표와 통화했는데, 내가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박 전 대표가 나의 특위 취지 설명에 대해 알았다고 하더라’며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한 참석자가 이를 언론에 전해 박 전 대표가 세종시 특위 구성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전후 사정을 따져 보지도 않고 대뜸 ‘전화하기도 겁난다’며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이에 앞서) 세종시 특위 문제로 박 전 대표와 통화했을 때 내가 특위의 필요성을 설명하자 박 전 대표는 갑자기 화난 사람처럼 ‘허태열 최고(위원) 하고 상의하세요’라고 높은 톤으로 소리를 질렀다. 마치 ‘아랫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투로 들렸다.”



 정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현재 지지율과 관련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많은 이들이 안 된다고 했는데 어려움을 돌파하고 대통령이 됐다. 국민이 박 전 대표에게 호감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엔 ‘누구를 좋아하느냐’보다 ‘누가 앞으로 어려운 시절을 안전하게 이끌어 갈 사람이냐’로 냉정하게 투표할 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하려 한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책에 2002년 대통령선거 마지막 순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뒤 검찰 조사 및 세무사찰을 받은 일, 김대중 정부 시절 현대중공업이 대북 송금 자금을 보낼 것을 요청받았으나 반대했던 일도 밝혔다.



글=백일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한반도기=하얀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도가 새겨진 깃발. 1989년 남북 체육회담에서 관련 논의를 시작해 90년 남북 공동기로 채택됐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박근혜
(朴槿惠)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52년
정몽준
(鄭夢準)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195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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