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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바통 던진 볼트 … 대구 피날레

중앙일보 2011.09.05 01:06 종합 8면 지면보기



400m 계주 우승 주역
“100m 실격, 내 실수”



400m 계주 결승에서 마지막 주자로 결승선을 통과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세계기록(37초04) 수립을 확인한 뒤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고 있다. [대구=조문규 기자]





볼트를 위한, 볼트의 대회. ‘볼트 쇼’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순간 베일을 걷었다.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눈부신 질주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볼트는 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마지막 경기로 열린 남자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의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가로질렀다. 37초04. 이번 대회 유일한 세계신기록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자메이카 팀이 기록한 세계기록(37초10)을 0.06초 앞당겼다. 덕분에 대구는 역대 네 번째 세계기록 없는 세계선수권이 될 위기를 모면했다.



 볼트의 스퍼트는 화려했다. 네스타 카터, 마이클 프레이터, 요한 블레이크로 이어진 바통을 4코너에서 넘겨받은 볼트는 아무도 없는 트랙을 홀로 달리는 듯했다. 자메이카의 유일한 라이벌 미국의 3번 주자 다비스 패턴이 바통 터치 직전 옆 레인 선수와 부딪쳐 넘어지면서 자메이카의 우승은 일찌감치 결정됐다. 미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에 이어 대구에서도 바통 터치 악몽을 되풀이 했다.









우사인 볼트가 400m 계주 결승선을 통과하며 바통을 던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볼트는 끝까지 전력질주해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기록 계측기를 힐끗 쳐다본 후 바통을 공중으로 던져올렸다. 전광판에 ‘세계신기록’이 공식적으로 알려지자 동료들과 함께 다시 한번 환호했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테크노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는가 하면 유니폼 상의를 살짝 추켜올려 탄탄한 복근을 드러내는 등 기발한 세리머니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볼트는 대회를 앞두고 ‘육상의 전설’이 되고 싶다고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3관왕,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 3관왕에 이어 대구에서 또다시 3관왕에 오르면 메이저 대회에서 최초로 3연속 트리플 크라운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다.



 3관왕의 꿈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볼트는 달구벌 드라마의 주연이었다. 100m 결승에서 그의 탈락 자체가 세계적인 뉴스였다. 특유의 장난기와 화려한 세리머니는 언제나 큰 호응을 불렀다. 2일 200m 준결승을 마친 뒤 흥겨움을 이기지 못했는지 환호하는 팬들에게 손에 들고 있던 스파이크를 던졌다. 볼트만을 위해 특별 제작된 스파이크는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물건이다. 3일 200m 결승에서 우승한 뒤에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이리저리 갈지자 걸음을 해 카메라 기자들을 땀 흘리게 만들기도 했다.



 한편 볼트가 탈락한 뒤 부정 출발 1회로 실격 당하는 규정에 대해 찬반 논쟁이 일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2010년 1월 1일부터 열리는 각종 대회에서 부정 출발을 한 선수는 곧바로 실격시켰다. 이전에는 한 차례 부정 출발은 허용되고 두 번째 부정 출발한 선수만 실격됐다. 라민 디악 IAAF 회장과 서배스천 코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 모두 ‘1회 부정출발 실격처리’ 규정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일단락됐다. 볼트는 “내 실수였기 때문에 규정 개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셋(set)’이라는 소리를 ‘고(go)’로 잘못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대구=한용섭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셋(Set)과 고(Go)=‘셋’은 트랙 단거리 종목에서 스타트 직전의 자세. 스타팅 블록에 자리 잡은 선수는 차려(Get Set) 구호가 나오면 등과 엉덩이를 지면과 평행하게 또는 엉덩이가 어깨보다 약간 높은 자세를 취한다. ‘고’는 ‘출발’이다. ‘셋’은 경기 진행요원이 말로 하지만 ‘고’는 총성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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