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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중앙글로벌포럼 개막] “노다는 현실주의 정치인, 미러클은 없다”

중앙일보 2011.09.05 01:02 종합 10면 지면보기



노다 총리의 일본을 말하다 … 후나바시·김영희 대담



중앙글로벌포럼 참석차 방한한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게이오대 교수(왼쪽)가 김영희 대기자와 4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태성 기자]





일본에서 정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2009년 민주당의 정권 교체 이후에도 단명 총리가 줄을 이었다. 민주당 정권에서 3번째 총리로 등장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4)의 일본은 어디로 갈 것인가. 5일 열리는 중앙글로벌포럼에 참석하는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아사히(朝日)신문 전 주필 겸 중앙일보 객원 칼럼니스트와 본지 김영희 대기자가 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나 ‘노다호(號) 일본’의 미래와 정치·경제·외교 전망을 짚어봤다.





-일본에서 또 총리가 바뀌었다. 5년 만에 벌써 6명째가 됐다. 일본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



 “일본의 문제로 제로성장, 디플레이션, 재정악화가 꼽히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은행들이 기업에 돈을 안 빌려주게 되고 세수 악화로 재정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일본에선 이런 상황이 사실상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어떤 총리가 나와도 인기가 없다. 결국 재정이 없으니까 증세(增稅)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총리가 이런 인기 없는 정책을 시도하자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민 불만이 지속돼 총리가 계속 바뀌는 이상한 상황이 된 것이다.”



 - 그래도 어떤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텐데.



 “역시 노다처럼 인기 없는 정책도 처음부터 말해야 한다. 노다는 증세를 찬성하고 있다. 그러려면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본에 더욱 필요한 것은 합의, 즉 컨센서스(consensus)를 중시하는 리더십이다. 지금까지는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이 부족했다. 노다는 그런 리더십을 발휘해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야 한다. 미러클(miracle·기적)은 없다.”



 - 그런 배경에서 ‘탈(脫) 오자와(小澤, 일본 정계의 실세 오자와 이치로)’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노다 내각에는 오자와 파벌도 들어가 있다. 어떤 의미인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총리로서 힘을 발휘하려면 당(黨)은 물론 정부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정당 정치이므로 당을 통제하지 못하면 정부 정책도 되는 게 없다. 지금 민주당은 참의원에서 과반이 안 되는 의석을 갖고 있다. 야당 가운데 누군가와 연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바로 민주당 참의원들의 맏형 격인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75) 의원을 민주당 간사장으로 발탁한 배경이다. 정치력 발휘를 위해서는 주요 보직에 다양한 파벌을 끌어넣어야 했다.”



 -노다는 동일본 대지진 후유증, 원자력 오염사고와 같은 미증유의 사태를 극복할 능력이 있는가.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다는 과거 10년간 보지 못했던 리얼리즘(realism·현실주의)의 정치인이다. 그간 일본 정치는 고이즈미 이치로와 아베 신조 총리 시절을 거치면서 꿈을 좇았지만 한 번도 실현된 적은 없다. 노다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에너지 안정, 재정 안정, 동북아시아 안정이다.”



 - 그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에는 A급 전범(戰犯)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우려가 크다.



 “노다는 내각이 공식적으로 참배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의 정치 리얼리즘이고 역사 인식이기도 하다. 한국이 너무 걱정 안 해도 되겠다.”



 -노다는 미·일 동맹이 일본 안보의 근본이라고 했다. 미·일 관계는 좋아지는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미국이 충분히 신뢰하고 의존할 수 있는 존재로서 일본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가 자주 바뀌니까 누구와 얘기해야 할지 당혹스러워 한다. 미국은 국채 등급 강등 이후 재정 감축이 불가피해졌다. 미·일 관계 안정을 위해서는 한·일, 한·미 간 결속도 중요해졌다.”



 -중국과의 문제, 특히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도 꼬여 있는데.



 “양국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중국의 해양 진출 문제도 있고 후진타오(胡錦濤) 이후 정권의 정책도 너무 불투명하다. 중국의 도전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주창했는데 노다는 어떤가.



 “하토야마 구상의 최대 문제는 미국을 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노다는 미국의 달러가 폭락했을 때 어떻게 될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시아가 큰 피해를 보고 러시아와 대만에까지 여파가 미칠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이들 국가가 큰 협력을 해야 한다.”



 -일본의 동북아 역할은 강화될 것인가.



 “노다의 우선순위는 외교가 아니라 내정(內政)이다. 그러나 야스쿠니처럼 사안별로 결정할 것이다.”



 -외상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郎·47)는 (외교 경험이 없는) ‘뉴 페이스’인데 괜찮을까.



 “그는 정책에 강하고 감각도 좋다. 경험이 없어 걱정되지만 외무 관료들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잘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본다.”



 -북한 문제는 획기적 돌파구가 있을까.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대북 정책의 큰 테마가 됐다. 그래서 북·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나오질 않을까 생각한다.”



정리=김동호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68)=일본 아사히신문 전 주필. 아사히신문 베이징·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국제 문제 전문가. 워싱턴 지국장 시절 ‘제2의 일본대사’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말 주필 자리에서 물러난 뒤 최근 싱크탱크 ‘일본재건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저서로 『김정일 최후의 도박』 『축의 이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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