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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世說)] 호우 예보와 고등학교 수학

중앙일보 2011.09.05 00:27 종합 33면 지면보기






켄 크로퍼드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




누구나 예상 못한 비 때문에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이나 주말 여행을 망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럴 때마다 기상청 예보관들을 원망한다.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릴 줄 몰랐다고” “어떻게 400㎜가 넘는 폭우를 예상 못할 수 있지”. 잠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보자.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풀며 “나중에 이걸 어디에 써먹지”라고 고민하던 때 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미지수의 해(解)를 구하기 위해선 그 개수만큼 독립적인 방정식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기억날 것이다.



 기상 예보에 쓰이는 컴퓨터 수치 모델은 여섯 개의 미지수를 갖는 여섯 개의 방정식을 기본으로 한다. 충북 오창에 있는 수퍼컴퓨터는 이를 바탕으로 각종 기상 정보를 계산해 제공한다. 하지만 이 방정식을 푸는 데 필요한 변수 중 실제로 관측할 수 있는 것은 반뿐이다. 나머지 변수는 한국을 포함, 세계 모든 나라가 ‘추정치’에 의존하고 있다.



 컴퓨터 모델 자체의 한계도 있다. 계속 정밀해지곤 있지만,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다루기엔 아직도 역부족이다. 반올림 오차 등으로 계산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강수 예보가 문제다. 유감스럽지만 현재 쓰고 있는 수치 모델의 강수 예보 기술은 관측이나 다른 예보 기술에 비해 수준이 낮다. 특히 국지적 집중호우 예보에 취약하다. 국지적 집중호우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의 예보 정확도가 가장 떨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0년 세계기상기구(WMO)가 선진 8개국 기상청의 강수 예보를 분석한 결과, 모든 나라의 여름철 예보 정확도가 다른 계절보다 25%가량 낮았다. 강수량이 많을수록 예보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도 공통된 현상이다. 24시간 전 40㎜ 이상의 비를 예보한 경우, 대부분의 수치모델 정확도가 1점 만점에 0.2점 미만이었다. 폭우 지점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한국 기상청 예보관들은 숙련되고 동기부여도가 높다. 하지만 국지성 집중호우와 같은 극한 기상 현상 앞에선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앞으로 컴퓨터 수치 예보 모델이 더 정밀해지더라도, 강수 예보만큼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다.



켄 크로퍼드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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