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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남자’ 양성원이 첼로 들고 춤을?

중앙일보 2011.09.05 00:22 종합 26면 지면보기



프랑스 클라리넷 악단 ‘레봉벡’과 새 앨범



첼리스트 양성원씨가 활 네 개를 들고 웃고 있다. 진지한 연주로 소문난 그가 새로운 도전했다. 첼로와 클라리넷, 그리고 타악기의 만남을 시도했다. 유머와 해학은 음악의 또 다른 본질일 수 있기에.





코다이의 무반주 소나타(2000년), 바흐의 무반주 조곡 전곡(2005년),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2007년)….



 첼리스트 양성원(44)씨의 행보는 그간 묵직했다. 한 번에 한 명의 작곡가를 파고들었다. 그들의 삶과 음악을 진지하게 엮어냈다.



 그런 그가 첼로를 거꾸로 들고 사진을 찍었다. 첼로를 기타처럼 틀어쥐고 심취해 연주하는 듯한 포즈까지 취했다. 연주복의 넥타이를 푼 채 어린애처럼 히죽히죽 웃기도 했다. 심각하던 첼리스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8년 전 한 음반사가 크로스오버 앨범을 제의했지만 전혀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엔 호기심이 자라났죠.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변화라면 못 할 게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양성원(가운데)씨와 프랑스 레봉벡 클라리넷 악단.



 양씨는 ‘춤추는 클라리넷 악단’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레봉벡(Les Bons Becs)과 만났다. 클래식과 재즈, 라틴 음악까지 유머에 버무려 편곡한 후 무대에 올리는 다섯 명의 앙상블이다. 멤버들은 가면을 쓰고 분장을 한 채 무대에 나오거나 춤을 추며 즐겁게 연주한다.



 양씨가 이들과 함께 ‘뮤지컬 겟어웨이(Musical Getaway, 음악 도주)’라는 제목의 새 앨범을 냈다. 슈베르트 ‘아베마리아’부터 데이비드 보위의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까지 편곡해 넣었다. 12월에는 이번 음반을 주제로 한 공연도 할 예정이다. 웃고, 춤추는 무대다. 그로서는 파격적 변신이다.



 그런데 위험하지 않을까. 진지한 음악가로서의 경력에 흠이 가진 않을까.



 “사실 바흐 무반주 조곡도 위험합니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도 마찬가지죠.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과연 완성할 수 있을까에 대한 위험을 언제나 안고 갑니다. 이 무대는 오히려 안전하게 청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양씨는 “내 음악 세계가 뿌리를 내려 사람들과 넓게 만나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당부 했다.



 레봉벡의 리더인 플로랑 에오는 클래식 음악으로도 양씨와 만났던 파트너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했다. 이들은 이번 작업에서 클라리넷과 첼로의 완벽한 조합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첼리스트로서 독특한 경험이었죠. 그간 탱고·재즈 등을 앙코르 음악으로는 생각했지만 한번도 주요 프로그램으로 여겨본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에 이런 음악에 대한 열망이 늘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됐죠.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 알리고 싶습니다.”



 양씨 특유의 진지한 작업에 ‘스톱 사인’이 켜진 건 아니다.



 그는 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정명훈·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신아라 등과 함께 ‘7인의 음악회’에 출연해 브람스를 연주한다. 브람스가 죽음을 다룬 작품인 피아노 4중주 3번으로, 정통 실내악 무대다.



 내년엔 작곡가 진은숙의 피아노4중주를 모나코에서 세계 초연한다. 또 조선 후기 화가 오원(吾園) 장승업의 이름을 딴 트리오‘오원’을 프랑스 연주자들과 조직해 낭만주의 음악을 탐구하는 무대도 마련할 작정이다. 프랑스 연주자들과 함께 드보르자크의 슬픔이 묻어있는 ‘둠키’ 음반을 이미 녹음했던 그다. 레봉벡과 유머러스한 음악을 녹음하기 이틀 전이었다



 “짧은 기간 동안 뚜렷하게 다른 세계를 오간 셈입니다. 변화를 시도한 첫 걸음은 어려웠지만 이젠 즐기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번 앨범은 양씨에게 일종의 음악적 바캉스? 청중들도 어깨에 힘을 빼고 함께 즐겨볼 일이다.



김호정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양성원
(梁盛苑)
[現]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부교수
196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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