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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서 몽골에도 진 한국 마라톤, 선수들은 젊다 다시 뛰자

중앙일보 2011.09.05 00:07 종합 28면 지면보기



황영조 감독 관전평



황영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우리 마라톤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런 만큼 아시아 최고임을 자부했고, 이번 대회 목표도 그 자리를 지키는 데 두었다. 그런데 한국선수 중 가장 잘 달린 정진혁(23위)보다 일본은 2명(호리바타 히데유키·7위, 나카모토 겐타로 10위)이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우리는 중국(둥궈젠 14위)은 물론 몽골(세르오드 바토치르 20위) 선수에게도 졌다. 에이스 지영준이 부상으로 빠졌다지만 개인전도, 단체전(일본 2위, 중국 5위, 한국 6위)도 다 졌다.



 우리 선수들은 대구의 더운 날씨에 대비해 줄곧 무더운 곳에서 훈련했다. 이게 패착이었던 것 같다. 선수들이 대회가 다가올수록 훈련량을 소화하기 힘들어했다. 훈련량 부족은 경기력 저하를 가져왔다. 선수들이 봄·가을 대회에 주로 뛰어 한여름 경기에 대한 경험도 부족했다. 경기 중반 케냐 선수들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흔드는 전략에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말려든 점도 있다. 케냐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스피드가 뛰어나고 경기 중엔 희생정신도 발휘했다.



 이번 대회에서 채택된 순환코스는 마라톤 선수들 대부분이 선호하는 코스다. 그래서 더 아쉽다. 외국에서 열린 경기에서 이런 성적이 났다면 이해할 수 있다. 정부 지원도 받았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대표팀을 소집해가며 쉽지 않다는 팀훈련까지 소화했다. 선수도 10명을 소집해 부상자 발생에도 대비했다. 그럼에도 결과가 좋지 않으니 결국 레이스 전략도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뼈저린 반성은 해야겠지만 의기소침하고만 있을 수 없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대부분 젊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본다. 2012년 런던 올림픽도 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도 다가온다. 앞으로 뛸 대회가 많이 있다. 좋지 않은 분위기를 빨리 추스르고, 좀 더 정신을 집중해 다시 달려야 한다. 선수뿐 아니라 모든 육상 관계자가 마라톤의 명예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경보 기술위원장,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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