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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이제는 ‘인적자본’에 투자할 때

중앙일보 2011.09.05 00:07 경제 8면 지면보기






조원동
조세연구원장




물류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을 짓는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출산·육아 지원 등 국가 인력 육성을 돕는 인적자본 투자는 공통점이 꽤 많다. 우선 투자를 통해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사회 전체가 얻게 되는 이득이 훨씬 크다. 그렇다 보니 개인에게만 맡겨놓는다면 사회 전체가 필요로 하는 양만큼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사회간접자본 투자나 인적자본 투자에 쓰이는 재원은 대개 국가의 돈-재정의 몫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두 투자 사이엔 공통점만큼이나 다른 점도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더 그렇다.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이미 포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많다. 지자체마다 도로와 항만, 철도·공항 등을 지었거나 짓기 위해 온갖 애를 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을 국회의원들은 이른바 지역구 예산이라며 무엇보다 먼저 챙기기 일쑤다. 반면 인적자본 투자는 그 개념도 확실하지 않은 데다 재원 마련이 어려울 정도로 투자가 지지부진하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인적자본 투자가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럴까? 최근 복지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높은 관심을 보면 분명히 ‘아니요’가 답인 것 같다.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제공도 이를 뒤집어 보면 인적자본 투자일 수 있다. 특히 이들의 직업능력을 계발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주는 데 들어가는 돈은 분명하게 인적자본 투자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비용 전부를 기업에만 맡겨놓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업들은 아예 이들의 고용 자체를 기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 더 예를 들어 보자. 여성인력 고용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여성을 고용하는 데는 남성보다 비용이 더 든다. 출산·육아 등 이른바 모성비용 때문이다. 이런 비용을 모두 기업에 떠넘기면 기업의 여성 고용 비용은 눈에 띄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적자본 투자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 중인 우리 경제는 곧 절대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시기에 들어선다. 그런 만큼 인적자본 투자가 갈수록 중요해지게 된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력을 확보하려면 여성이나 취약계층 인력 등 그동안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았던 인력을 노동시장으로 대거 끌어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 동원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우리의 인적자본 투자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덜 급한 복지논쟁에 휘말려 아예 방향 감각조차 잃은 듯하다.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상대적으로 이념적 논쟁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것과는 크게 비교된다.



 이런 차이는 체계적 분석 틀의 유무에서 비롯한다. 사회간접자본 투자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의 편익과 비용을 따지는 분석 틀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정립돼 있다. 예컨대 현재 500억원 이상의 재정사업은 의무적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게 ‘차단장치’ 역할을 한다. 지역정서에 근거한 정치논리에 따라 쏟아지는 지역개발 사업들을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통해 걸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낭비와 중복을 막고, 활발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인적자본 투자에도 이런 방법론이 속히 개발돼야 한다. 그래야 복지논쟁·이념논쟁에 휘말려 사람 키우기를 등한시하는 풍조도 사라지고, 나라 경제의 성장동력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원동 조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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