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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600억 빌딩은 엄삼탁씨 유족 소유”

중앙일보 2011.09.03 00:58 종합 19면 지면보기



서울고법, 1심 판결 뒤집어
“측근에게 명의신탁한 것”
엄씨 유족이 제출한 각서 인정
측근이 실제 공사비 냈는지 불분명





6공화국 실세였던 고(故) 엄삼탁(사진) 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의 유족이 시가 600억원짜리 빌딩의 소유권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31부(부장 윤성근)는 2일 엄씨의 유족이 “고인이 명의신탁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의 18층 건물을 돌려달라”며 박모(73)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엄씨의 아내에게 건물 소유권의 7분의 3을, 두 자녀에게 각각 7분의 2씩을 등기 이전하라”고 말했다.









본지 9월 1일자 21면.



 엄씨의 유족은 “고인이 고교 선배이자 측근인 박씨에게 2000년 신축 중인 빌딩과 부지를 명의 이전하고 공사 대금을 마저 대줘서 이듬해 건물을 완공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의 실질 소유주는 엄삼탁이고, 박씨는 단순한 명의 수탁자’라는 내용의 각서와 확약서도 증거로 제시했다. 반면 박씨는 “2000년 신축 중인 빌딩과 부지를 엄씨로부터 130억원에 샀고 내가 공사비를 대 완공했다”며 공사비를 지불한 금융자료 등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명의신탁 관계에서는 박씨의 이름으로 공사 비용이 지출된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며 “자금세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힌 금융자료만으로는 누가 실질적으로 자금을 부담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박씨가 복잡하게 자금세탁을 한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엄씨 유족은 명의신탁 여부에 대해 박씨 본인이 매우 명확한 내용으로 인정하는 각서와 확약서를 냈다”며 “만약 박씨 말대로 130억원을 지불하고 구입한 것이라면 이후 각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확약서 등을 고인에게서 받았을 텐데 내놓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엄씨 유족 측은 고인이 박씨에게 명의신탁을 한 이유로 “정치인으로서 자금 추적 등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안기부를 떠난 뒤 정치에 입문해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를 지냈다.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으로 출마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맞붙어 패하기도 했었다.



 한편 박씨는 민사소송과 별개로 엄씨 유족이 횡령 혐의로 고소한 형사사건에서는 승소했다. 지난 7월 대법원은 “형사 소송에서는 범죄사실이 있다는 증거는 검사가 제시해야 한다”며 박씨에게 무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박씨가 엄씨의 재산을 차명 관리했다는 의심이 들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유죄판단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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