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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20대여 문화에 도전하라 … 자신만의 얘기를 펼쳐라”

중앙일보 2011.09.03 00:54 종합 20면 지면보기



『88만원 세대』 작가 우석훈씨 새 책
청년 진입장벽 높아진 문화산업
다큐멘터리·출판 분야에 눈돌릴만





문화로 먹고 살기

우석훈 지음, 반비, 396쪽

1만5000원




2007년 동명의 책 발간과 함께 대체 못할 신조어로 자리 잡은 ‘88만원 세대’. 이 단어를 세상에 각인시킨 경제학자 우석훈(41·성공회대 외래교수)씨가 대한민국 문화산업을 헤집었다. 기대하는 결론? 당연히 88만원 세대한테 취업 가이드라도 해줄까 싶었다.



 그런데 이 책, 발랄한 제목과 달리 밝지만은 않다. 보기보다 척박하고 영세한 방송·출판·영화·연극·음악·스포츠분야가 낱낱이 해부된다. 더 큰 문제는 산업이 커질수록 다양해져야 할 문화생태계가 급격히 단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들고 만난 우씨도 이 점을 가장 염려했다.









“문화경제를 살리는 것이 20대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이려 했다”는 우석훈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금 20대는 태생적으로 문화산업 선호도가 높은데, 진입장벽은 1970~80년대에 비해 너무 높아져 있죠. 영화 같은 경우 100억짜리 블록버스터 아니면 1억~2억짜리 독립영화예요. 가운데 20억~30억짜리가 많아져야 건강한 문화계가 가능한데 말이죠. 박찬욱·봉준호 뒤를 이으려면 지금 20대가 데뷔해야 하는데, 이 친구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구조예요.”



 신간은 저자의 말을 빌리면 “경제학이 골치 아파 재미있는 분야 두리번대다가 나온 책”이다. ‘재미’에 ‘의미’를 더한 것은 충실한 현장 탐문의 흔적이다. 각 분야에 종사하는 기획·생산자들 140여 명을 심층 인터뷰했고, 현황과 전망을 실었다.



 가설 먼저 세우고 실제 확인해보니 달라진 게 적지 않더라고 했다. 예컨대 연극. “연극 출신 장관이 연이어 들어왔으니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근데 연극인들 말이 김명곤 감독 시절 제일 힘들었대요. 잘 아니까 오히려 배려도 안 해주더라는 거죠. 그리고 유인촌 장관 들어선 뒤로도 달라진 건 서울대-중앙대 라인의 차이이지, 이왕 소외됐던 데는 덕 볼 일도 없더래요.”



 책을 쓸 즈음 시나리오작가 최고은씨와 인디가수 달빛요정 등이 생활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래선지 책에는 분야별 생협(생산자협동조합) 제안이 등장한다. 최소한의 생활기반을 받쳐주자는 취지다. 한예슬의 ‘드라마 현장 이탈 파문’도 그런 취지에서 이해한다고 했다.



 “드라마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집약한 현상이라고 봐요. 한예슬이 톱스타니까 환기하는 효과도 컸고요. 방송 분야는 PD 공채가 줄고 비정규직 작가들의 저임금 구조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나마 종합편성채널 등 새로운 매체들이 고용 효과를 불러오겠지요. 다른 분야는 현재보다 고용을 두 배 늘려야 하지만 방송은 10배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우씨는 “한국경제가 수출 지향과 토건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문화를 발전 동력을 삼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런 점에서 CT(Culture Technololgy)니 콘텐트니 하며 시장 중심, 수출 지향적인 논의만 무성한 데 아쉬움을 표했다.



 “문화는 수출 유조선이 아니에요. 보다 많은 사람이 즐겁게 타고 갈 수 있는 유람선이죠. 그리고 국가·시장이 못해주는 공동체의 역할을 문화가 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역설적으로 말라 들어가는 문화생태계를 살릴 역할도 20대가 해줄 수 있다고 했다. 전제가 있다. 20대가 제 목소리를 내라는 것이다. “지금 20대는 샤넬백에 대한 선호와 루저 문화가 공존하는 21세기형 인간이죠. 그런데 자기 얘기를 하는 데 두려움이 있어요. 문화에선요, 테크닉을 떠나 자전적 얘기로 강렬하게 데뷔하지 않으면 외면 당해요.”



 구체적으로 다큐멘터리와 출판 분야를 추천했다. 둘 다 비교적 진입 비용이 낮고 다른 분야로 전환할 때 입문 창구 같은 곳이라는 설명이다. “해외에선 한국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요. 한국영화 소비가 오리엔탈리즘이 아니라 한국 자체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다는 거죠. 습작기를 거친 이야기꾼을 지금 문화계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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