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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뭘 버리기 두려운가요 그거 마음의 병입니다

중앙일보 2011.09.03 00:42 종합 21면 지면보기








잡동사니의 역습

랜디 Q 프로스트·게일 스테키티 지음

정병선 옮김, 윌북, 392쪽

1만4800원




1947년 미국 뉴욕, 방 12개짜리 저택에서 발견된 두 형제의 주검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눈이 멀어 거동이 불편한 형 호머와 그를 돌보던 동생 랭글리가 집안을 가득 채운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발견됐다. 동생은 자신이 설치한 부비트랩을 건드려 벽처럼 쌓아졌던 신문 더미에 깔려 사망했고, 형은 굶어 죽었다. 두 형제가 만든 ‘쓰레기왕국’에서 치워진 물건은 무려 170톤. 잡동사니를 끊임없이 그러모으고 그 안에 파묻혀 살다가 죽음을 맞은 극단적인 사례다.



 온갖 물건을 수집하고 저장하는 행동을 ‘호딩(Hoarding)’, 이같은 습벽이 있는 사람을 ‘호더’라 부른다. 이 책은 20년간 호딩, 즉 저장 강박 증상에 대해 연구해온 심리학자와 사회복지전문가가 ‘수집 저장광’들과의 만남을 기록한 종합보고서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저장 강박증이 기괴하고, 유별난 일이어서가 아니다. 무엇인가를 잘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실상은 병리학적 현상과 크게 멀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다.



 저장 강박증 증상자들은 ‘만일에 대비한 목록’이 많다. 읽은 신문이나 잡지, 책도 다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내용이 있을까봐 버리지 못했다. 한 여성은 학생 때 별명이 ‘가방여사’였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엄청난 양의 물건을 모두 갖고 다녔다. 결혼생활은 집안에 발 디딜 틈 없이 늘어놓은 잡동사니 때문에 파국을 맞았다.



 완벽주의, 우유부단, 물건들에 대해 강렬한 믿음과 애착 등도 공통점이다. 그들에겐 잡동사니가 모두 다 소중하고 의미 있어서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고양이와 개를 대량으로 데리고 사는 동물 저장 강박도 있다. 그 생활환경이 처참하고 열악한데도 당사자들은 동물 구조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저장 강박 증상자들은 계획·조직화·의사결정 등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 앞부분이 손상돼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2~5% 정도가 저장 강박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사회복지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이다. 그 동안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호딩’ 문제를 본격적으로 소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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