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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여자인 척하기, 거짓말 안 하기 … 삶이 궁금해 모르모트 돼본 남자

중앙일보 2011.09.03 00:34 종합 22면 지면보기
요즘 사람들은 몸 바꾸기에 열중이다. 살을 빼고 근육을 만들고, 식단조절로 체질을 바꾸고 등등. 성형수술도 기본이 됐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떤가.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공동 기획하는 ‘이 달의 책’ 9월 주제는 ‘리셋(Reset)’이다. 고달픈 세상, 자신을 새롭게 다지는 책들이다. 선선한 가을 기운을 만끽하며 마음의 리셋 버튼을 눌러보시길.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이달의 책 - 9월의 주제 리셋(Reset)







넘치는 호기심을 온몸으로 해결하는 A J 제이콥스는 성경 말씀대로 1년 여를 살아보는 실험을 하고 책을 쓰기도 했다. 레위기 19장27절 ‘머리 가를 둥글게 깎지 말며 수염 끝을 손상하지 말며’를 계율로 삼아 실천할 당시 자신의 머리와 수염이 자라는 과정을 시차를 두고 찍은 사진.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A J 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살림

384쪽, 1만3800원




‘기니피그 일기: 실험하는 내 삶(The Guinea Pig Diaries: My Life as an Experiment)’이라는 원제대로, 이 책은 실험기다. 그것도 스스로를 실험쥐로 삼은….



 예컨대 ①온라인에서 아름다운 여성인 척하거나 ②일상의 잡무를 아웃소싱하거나 ③거짓말을 절대 하지 않는 획기적인 정직함으로 사는 것. 혹은 ④몇 시간이라도 할리우드 스타로 살아보거나 ⑤일상의 모든 편견과 오류를 몰아내는 합리성 실천은 어떤가. ⑥누드 모델 ⑦조지 워싱턴의 원칙주의 따라하기 ⑧한번에 한가지 일만 하기도 있다. 모든 아내들이 환호할 만한 실험, ⑨아내가 하라는 대로 다 순종하며 한달 살기는 또 어떤가.



 9가지 일상 실험을 담백하게 기술한 이는 미국 패션잡지 ‘에스콰이어’ 편집자.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미친 척하고 성경말씀대로 살아본 1년』 등으로 국내에서도 꽤나 알려진 인물이다. 좀 더 똑똑해지고 싶어서 2002년판 브래태니커 백과사전 32권을 A부터 Z까지 완독하고, 성경대로 살고자 700여 계율을 추려 1년여 간 실천한 남성 뉴요커 말이다.



 머리말에 따르면 그는 “15년간 인간 모르모트로 살아오는 삶을 시도”했고, 그러는 동안 “어떤 주제에 대해 진실로 알고자 한다면 ‘현장 실습’을 해 봐야만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어떤 것은 우연히 이뤄졌지만(아름다운 여성 미셸을 대신해 온라인 사이트에서 데이트 상대를 골라준 것이 그랬다) 어떤 것은 지적 호기심의 산물이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를 통해 아웃소싱의 세계화를 알게 되고, 인도에 ‘원격 비서’를 고용한 실험이 그랬다. 원격 비서는 업무 e-메일 답장은 물론 아내에게 다툰 후 사과하는 카드까지 대신 보냈다.



 앞서 책들처럼 이 책 역시 단순한 괴짜 체험기가 아니다. 원격 비서 실험을 통해 그는 미국인보다 더 똑똑하고 세련된 인도인들이 미국의 하청 직업군을 파고들고 있음을 확인한다. 획기적으로 정직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의 윤활유 같은 성질뿐 아니라 내 안에 내뱉어선 안 될 욕망이 넘실대고 있음을 깨닫는다. 실험을 하는 이유는 교훈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글쓴이는 중앙SUNDAY 인터뷰(2008년 9월14일자 14면)에서 “예전에는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뀐다고 생각했지만, 더 나은 사람인 척하면 실제로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털어놨다. 한마디로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번역된 『아인슈타인과 함께 문워킹을』 『본 투 런』 등의 책도 이와 비슷하다. 저널리스트가 어떤 일에 뛰어들어 A부터 Z를 체험하고 그 성패를 통해 느낀 점을 기술한다. 종군 체험처럼 거창한 게 아니라 기억술 증진 혹은 울트라 마라톤 같은 ‘사소한’ 일인 것도 이채롭다. TV에서 리얼리티쇼가 인기를 끄는 것처럼, 우리 삶의 한 단면을 확대해서 다이내믹하게 조명했을 때의 매력인 걸까.



 그 동안 정치인·연예인·스포츠 선수에 감정을 이입하며 대리 삶을 살았던 게 후회된다면, 지금 온몸을 던져보자. 아니, 최소한 ‘성취할 때까지 성취한 척해라. (Fake it until you make it.)’ 그것만으로도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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