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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뮤지컬 ‘셜록 홈즈’

중앙일보 2011.09.03 00:31 종합 23면 지면보기



머리는 팽팽 돌아가는데, 가슴이 즐겁다



창작 뮤지컬 ‘셜록 홈즈’ 제작엔 안양아트센터가 관여됐다. 서울 공연에 앞서 올 7월 안양아트센터 무대에 먼저 올랐다. 지방 공연장이 서울 공연을 그저 공급받는게 아닌, 창작 작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홈즈(오른쪽·송용진)와 왓슨(방진의)이 사건 해결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작가 김호근]





“내게 사건을 줘. 나의 뇌를 깨워줄 사건다운 사건!”



 요즘 대세라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다. 괴팍하기도 하다. 그간 탐정 셜록 홈즈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작품 속 캐릭터는 배반한다. 품위가 있기보다 코믹하고, 영민하지만 자기 멋대로다. 근데 왜 밉지가 않지? 창작 뮤지컬 ‘셜록 홈즈’(작사·대본·연출 노우성, 작곡 최종윤)는 올 하반기 기대작이다.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미스터리 뮤지컬’에 대한 의구심이다. 뮤지컬의 핵심은 음악이기에 낭만성을 토대로 한다. 따라서 낭만성과 대척점에 있는 추리·논리성은 뮤지컬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간의 통념이었다.



 게다가 작품은 당초 3부작 연작 시리즈로 기획됐다. 뮤지컬은 영화가 아닌 터라, 단기간에 승부가 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보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역사상 가장 성공했다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1986년 초연 이후 24년이 지나서야 속편을 만들 수 있었다. 딴 뮤지컬은 아예 속편을 엄두도 내지 않는다. 그런데 출발하기 전부터 후속편을 생각한다? 어설픈 과잉 기획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셜록 홈즈’는 꽤 신선했다. 복잡한 스토리를 정교하게 엮어 나갔고, 캐릭터 역시 살아 꿈틀댔다. 음악적 완성도는 무엇보다 돋보였다.



 이야기는 탄탄했다. 19세기말 영국 런던 최고의 명문가인 앤더슨가에 두 방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집에는 앤더슨가를 장차 이끌 장남 아담과, 그와 쌍둥이 동생 에릭, 그리고 아담의 약혼자 루시가 있었다.



 총성 이후 루시는 행방불명 된다. 루시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셜록 홈즈에게 전달된다. 흥미로운 건 사건 의뢰자가 세 명이나 된다는 점. 이유도 제각각이다. 얽히고설킨 사건과 관계, 홈즈는 퍼즐을 하나씩 맞춰 나가며 범인을 옥죄어간다.



 가사의 승리였다. 그간 상당수의 국내 창작 뮤지컬은 사건 전개는 연극적 대사로 하다, 주인공의 속마음 등은 노래로 부르는 게 일반적인 공식이었다. 노래 가사란 단지 심리 표현의 도구였다.



 하지만 ‘미스터리 뮤지컬’인 이상 복잡한 사건 전개를 계속 대사에만 의존할 순 없는 법. 제작진은 노래를 부르며 그 안에서 사건을 진행시키는, 정면 돌파를 감행했다. 결코 낯설게 들리지 않는 운율과 음가 덕분에 노랫말은 어렵지 않게 귀에 꽂혔고, 스토리는 무리 없이 소화됐다. 홈즈와 그의 파트너 왓슨이 때론 극에서 한발 떨어져 나와 해설자 역할을 하는 것도 이해도를 높였다.



 음악 역시 매끄러웠다. 추리물 특유의 어두운 톤을 유지하면서도 변주에 능했다. 송용진(홈즈), 방진의(왓슨), 조강현(에릭·아담) 등 주연배우들의 빼어난 곡 해석력이 작품 완성도를 단단히 떠받쳤다.



 다만 너무 많은 정보를 쉴 틈 없이 쏟아내는 건 객석을 부담스럽게 했다. 지나치게 팽팽한 극의 호흡을 조금은 밀고 당기는 것도 필요해 보였다.



 ▶뮤지컬 ‘셜록 홈즈’=25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4만·5만·6만원. 02-588-7708.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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