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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한·러 가스관, 북한 불확실성 최소화해야

중앙일보 2011.09.03 00:28 종합 29면 지면보기






이유신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08년 9월 한국과 러시아가 추진하기로 합의한 한·러 가스관 건설 계획은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얼마 전 개최된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러 가스관 건설 계획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내가 이해한 바로는 북한도 러시아와 한국이 참여하는 3국 간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할 만한 사항이 있다. 바로 러시아가 북한을 통과하는 육상 가스관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 선택은 러시아 가스관 정책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 대한 정책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2000년대에 들어 러시아는 신규 가스관의 노선을 결정함에 있어 예측 불가능한 통과국을 배제하는 정책을 추구해 왔다. 이 정책은 2006년 새해에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분쟁 이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이러한 정책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노드 스트림(Nord Stream) 가스관이다. 이 가스관은 러시아와 독일을 발트해 해저로 잇는 파이프라인으로 지난 5월 제1단계 공사가 완료됐다. 여러 전문가는 이 해저 가스관의 단점 중 하나로 육상에 건설되는 가스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건설비용을 꼽았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노드 스트림 가스관을 건설함으로써 예측 불가능한 통과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다.



 러시아의 이러한 정책은 사우스 스트림(South Stream) 가스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가스관은 러시아와 유럽을 흑해 해저로 잇는 파이프라인으로 2007년 건설이 계획됐다. 러시아 당국이 사우스 스트림 가스관 건설을 추진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예측 불가능한 통과국인 우크라이나라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물론 사우스 스트림 가스관도 노드 스트림 가스관과 마찬가지로 해저에 건설될 예정이기 때문에 건설비용이 매우 높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러시아가 북한을 경유하는 육상 가스관 건설에 적극성을 보인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이다. 2009년 이임을 앞둔 주한국 러시아 대사 글레브 이바셴초프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우크라이나보다 더 예측이 불가능한 국가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이례적인 가스관 정책을 추구하게 된 데에는 한국 정부의 역할도 크다. 한국은 러시아와 육상 가스관 이외에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가스를 거래할 수 있다. 해저 파이프라인과 LNG선을 통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세 가지 옵션 중 한국 정부는 육상 가스관을 가장 선호해 왔다. 이는 한 손에 북한이라는 불확실성을 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육상 가스관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한 손에 북한이라는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높은 비용의 해저 가스관 혹은 LNG선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전자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북한이라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이유신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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