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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더십 산실 … 33년간 의원 53명 배출

중앙일보 2011.08.31 01:25 종합 12면 지면보기



1기생 노다 총리 배출한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



마쓰시타 정경숙 1기생인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이 30일 일본 총리에 지명됐다. 사진은 ‘일본의 미래를 짊어질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1979년 마쓰시타 정경숙을 설립한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의 생전 모습. [중앙포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4) 1기, 총리











마에하라 세이지 (前原誠司·49) 8기 전 민주당 대표(左), 후쿠야마 데쓰로 (福山哲郎·49) 11기 전 부외상(右)



마쓰시타(松下) 정경숙(政經塾)은 도쿄에서 전철로 한 시간 떨어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지가사키(茅ヶ崎)시에 있다. 일본의 새 총리로 선출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4)가 1985년 1기생으로 이곳을 졸업했다. 30일 한적한 도로변에 있는 정문을 통과해 울창한 숲 속에 둘러싸여 있는 이곳을 찾았다. 정문을 통과하자 고대 그리스풍 아치가 나타났다. 정경숙 출신 1호 총리의 탄생으로 일본열도가 떠들썩했지만 정작 정경숙 주변은 한산했다. 정경숙 관계자는 “수많은 취재 의뢰가 들어오고 있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다. 이것이 정경숙의 방침”이라고 했다.





카메라 플래시로 ‘인재 사관학교’의 면학 분위기를 방해 받고 싶지 않다는 취지였다.



 정경숙은 ‘경영의 신’ ‘우국의 철학자’로 추앙 받는 마쓰시타그룹(현 파나소닉) 설립자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1989년 작고)가 85세 때인 79년 사재 70억 엔을 털어 세웠다. 초등학교 4학년 학력이 전부인 그는 “일본의 번영은 뿌리가 없는 번영” “일본이란 배엔 새로운 사공이 필요하다”며 ‘교육의 나무’를 심었다. 정경숙은 지금까지 53명의 중·참의원을 배출했다. 2011년 7월 현재 정경숙 출신 의원은 38명(중의원 31·참의원 7명)이다. 정경숙은 ‘정치인 양성소’로 출발한 게 아니다.



일본 경제가 잘나가던 70년대 후반 그는 이미 ‘일본의 위기’를 직감했다. 마쓰시타의 목표는 ‘일본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국가이념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인재 육성’이었다. 이는 33년이 지나 발표된 2012년 모집요강에도 변함없다. 요강은 정경숙이 구하는 인재상으로 ‘정경숙 설립 취지를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의 손으로 이상적 일본과 세계를 만들겠다는 신념과 뜻을 가진 사람’을 꼽고 있다. 정경숙이 요구하는 자질은 ‘지도자로서의 뛰어난 감성과 강한 정신력, 진지하게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며, 원서와 함께 제출해야 하는 소논문의 주제는‘2030년 일본의 꿈’이다.



 미래를 위해 인재양성에 뛰어든 ‘마쓰시타 정신’이 33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심은 나무는 250여 명의 졸업생을 각 분야의 중추로 길러냈다. 민주당에는 노다 신임 총리와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관방 부장관 등 28명의 현역 의원이 포진하고 있다. 야당인 자민당에도 아이사와 이치로(逢澤一郞) 국회대책위원장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중의원 의원 등 10명이 있다.



정경숙은 매년 22~35세 청년을 대상으로 숙생(학생)을 선발한다. 매년 200~300명의 지원자가 몰리지만 선발인원은 고작 6~7명에 불과하다. 면접과 논술, 집단토론, 토익 점수 외에 체력도 채점 대상이다. 수업료가 무료인 데다 재학 중 매달 20만 엔의‘연구자금’까지 대주기 때문에 ‘가문과 배경이 변변치 않은’ 야심 찬 청년들이 줄을 선다.



29일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부친은 도야마현 농가의 6형제 중 막내, 어머니는 지바 농가의 11형제 중 막내’라고 말했던 노다 신임 총리나, 홀어머니 밑에서 정치가의 꿈을 키운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상도 그런 부류였다.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탐구해 깨달아야 한다” “편견 없고 겸허한 곧은 정신(스나오·素直 정신)’을 가져야 한다” “인간을 배워라, 지식의 노예가 되지 마라”는 마쓰시타 전 회장의 교훈은 교육내용과 방식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스스로 깨닫는 자수자득(自修自得)을 위해 상근 강사 한 명 없이 숙생들이 스스로 강사를 초빙한다. 또 파나소닉 제품의 제조와 영업에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지식이 아닌 현장 중시’의 정신을 계승한다. 4년제(2010년 입학생까지는 3년제) 중 ‘기초과정’인 2년 동안 숙생들은 기숙사에서 단체생활을 하게 된다. 정치학·경제학·재정학 외에 차도·서도·검도·좌선·신궁 참배 등 일본의 전통 수업도 받아야 한다. 체력단련이나 정신무장을 위해 자위대 체험, 100㎞ 경보 행군도 필수로 잡혀 있다. 이처럼 일본의 전통과 정신을 중시하는 교육 프로그램 때문에 정경숙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보수적 정치 색채를 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가사키(가나가와현)=서승욱 특파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1894~1989)=전자제품 회사인 파나소닉(옛 마쓰시타전기)을 창업한 일본 기업인.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고 있다. 1979년 “미래 일본을 짊어지고 나갈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사재 70억 엔을 들여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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