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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은 원장 20년 나눔 … 노숙인 40명 새 삶 줬다

중앙일보 2011.08.31 00:45 종합 23면 지면보기



대안리 갈거리사랑촌, 원주 복지 롤모델로



원주 흥업면 대안리 갈거리사랑촌 가족들이 자원봉사자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갈거리사랑촌에선 입소 가족은 물론 주변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도 요가교실, 건강마사지 등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갈거리사랑촌 제공]





30㎝ 크기였던 느티나무는 10m 이상의 큰 나무가 됐다. 시골의 허름한 집은 깨끗한 건물로 바뀌었다. 40대에 이 곳에 입주했던 아주머니는 할머니로, 설립자는 반백의 초로가 됐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안식처인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 갈거리사랑촌의 달라진 모습이다. 복지공동체 갈거리사랑촌이 31일로 설립 20년을 맞는다. 갈거리사랑촌은 20년 동안 급식소, 노숙인센터, 독거노인 임대 주택, 자활을 위한 협동조합 운영 등 종합 복지의 모델이 됐다.



 갈거리사랑촌이 문을 연 것은 1991년 8월31일. 원주시 부부의원 곽병은(58·사진)원장은 사재를 털어 대안리 속칭 갈거리 야산자락 8200여㎡에 작은 공동체를 만들었다. 헌 집을 고쳐 숙소를 만들고 밭을 일궜다. 이곳은 아무 능력이 없거나 갈 곳 없는 이들의 삶의 터전이 됐다. 10명 이내로 시작한 공동체의 식구가 계속 늘어나자 곽 원장은 1996년 미인가 시설인 갈거리사랑촌을 사회복지법인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소속으로 바꿨다.



 곽 원장은 외환위기가 닥치자 1997년 12월 중앙동에 점심을 제공하는 급식소 ‘십시일반’을 세웠다. 십시일반은 98년부터 결식학생 도시락 지원, 2000년부터 혼자 사는 노인에게 밑반찬을 지원하고 있다. 이용자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받는 200원의 점심값을 모아 99년부터 청소년에게 연간 4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십시일반 이용자는 현재 하루 평균 110명에 달한다.













 곽 원장은 이어 1998년 12월 원주시 학성동 원주역 인근에 원주노숙인센터를 세웠다. 노숙자상담소도 개설하고 일자리 알선, 고물상 개업 등으로 노숙인의 자립을 도왔다. 2004년 노숙인으로 이곳에 입주한 후 상지영서대와 한국방송통신대에 잇따라 진학, 사회복지사가 돼 현재 경기도 지역 노숙인쉼터에서 일하는 박모(48)씨 등 지금까지 40여 명이 자립했다. 현재 노숙인센터에는 30명 정도가 입주해 있다.



 곽 원장은 또 1999년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주택임대사업으로 봉산동 할머니의 집을 개설했다. 전기료와 수도료 등을 포함해 월 4~5만원의 임대료만 부담하는 할머니의 집에는 6명의 거주하고 있다.



 곽 원장은 2004년 갈거리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노숙인 대부분 주민등록이 말소되거나 신용불량자여서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데다 술을 마시는 등 어렵게 번 수입을 그날로 써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500만원으로 시작한 협동조합은 2009년 자산이 2억원을 돌파했다. 302명의 조합원 가운데 십시일반 이용자, 갈거리 가족 등 어려운 사람이 209명으로 69%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후원자와 봉사자 등이다. 조합은 어려운 이들의 긴급 생활지원이나 월세보증금 등으로 1인당 200만원 한도에서 무담보 신용 대출해준다. 현재 90여건에 1억2000만원 정도를 대출했으며, 대출금 회수율은 95% 정도다.



 곽 원장은 “처음의 설립정신을 잃지 않고 어려운 이들에게 가족적이고 인간적인 곳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갈거리사랑촌은 설립 20주년을 맞아 31일 오후 원주가톨릭센터서 세미나와 기념식을 한다. 9월3일에는 갈거리사랑촌에서 대안리 노인잔치도 연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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