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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하버드대에선 그렇게 가르칠까

중앙일보 2011.08.31 00:26 종합 39면 지면보기






심상복
논설위원




중앙일보는 12월 1일 출범하는 jTBC방송을 위해 요즘 사람 뽑느라 분주하다. 기자·아나운서·PD·기술직 등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다. 그중 가장 인기 직종은 아나운서라 한다. 열 명도 안 되는 사람을 뽑는데 몇천 명이 몰렸다. 다른 직종도 비슷하다.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허가 받은 4개의 종합편성채널 가운데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시장의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채용된 면면을 보면 든든하다. 7년간 케이블 방송에서 일하다 온 Y씨도 그중 하나다. 그는 요즘 주위에서 축하인사 받기 바쁘다. 그 자신도 뿌듯하기 그지없다. 애써 노력한 끝에 중앙무대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경력 채용자 모두가 싱글벙글이다. 



 누구나 더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은 이름 없는 작은 기업에서 일하지만 기회를 만들어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길 꿈꾼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권위지다. 중소 신문사에서 돋보이는 기자를 스카우트한다. 대부분의 미국 기업이 이런 식으로 직원을 채용한다.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하는 우리 기업 스타일과는 다르다.



어느 조직이든 사람이 전부다. 기업마다 유능한 인재를 뽑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사람을 뽑을 땐 당사자의 기존 업적과 평판을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미국식 채용이 우리 사회에 점점 확산되는 이유다.



바라던 직장에서 ‘당신과 같이 일하고 싶다’는 전화가 걸려 온다면…. 대다수 직장인들이 학수고대(鶴首苦待)하는 일이 아닐까. 이걸 사람 빼가기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직원을 빼앗긴 기업주 입장에서 보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애써 길러놓은 사람을 대기업이 채간다고 욕한다. 누구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갈린다.



어느 기업이든 직원에게 사장은 부러운 존재다. 물론 사장이라도 거래기업 부장에게 굽실거려야 하고, 자재대금 결제일엔 부리나케 은행으로 달려가는 것도 자주 봤다. 그래도 좋은 차 타고 평일에 골프 치는 모습은 부럽다. 무엇보다 일은 자신과 동료들이 다 하는 것 같은데 월급은 사장에 비해 쥐꼬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직원이 어느 날 거래기업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월급이나 근무환경이 상당히 좋다. 고생하는 동료가 눈에 밟히고, 자신을 여기까지 키워준 사장님도 맘에 걸린다. 그렇다고 이런 호기(好機)를 걷어차 버릴 순 없다. 인력 탈취라고 대기업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자식이 대기업으로 간다고 하면 그들 역시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중소기업 사장 편을 든다. 겉 다르고 속 다른 경우다. 동반성장 구호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정부 관리들도 발 벗고 나섰다. 중소기업 인력을 ‘부당하게 빼간’ 대기업엔 정부 물품 조달이나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참여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박사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마 전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런 방침을 밝혔다. 그런 대기업에는 과징금까지 물린다고 한다. 공정거래법에 근거 조항이 있긴 하지만 거의 사문화된 상태다.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부당하게’란 표현 역시 애매하기 그지없다.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다. 그럼에도 죽어있던 조항까지 살려내 대기업을 혼내주겠다고 야단이다. 



 또 다른 인력 빼가기도 있다. 자신이 오래 일하던 회사를 뛰쳐나와 창업하는 경우다. 이때 혼자 나오지 않고 마음이 맞는 동료 몇을 데리고 나온다. 주위를 돌아보면 꽤나 흔한 일이다. 기존 기업에서 사람을 빼간 것은 같다. 기업주 입장에선 역시 화날 일이다. 하지만 이때는 부도덕하다고 매도되지 않는다. 행위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신생기업은 괜찮지만 대기업은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한 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당사자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누구 하나 직장을 옮긴 직원의 입장은 왜 고려하지 않느냐고 말하지 못한다.



그 사람에게 물어보라. 대기업이 당신을 강제로 끌고 갔느냐고. 여기서 “예”란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슨 근거로 대기업을 처벌하겠는가. 정부가 그걸 막을 경우 당사자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리게 된다. 당신이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들이 당신 앞길을 가로막는다? 참으로 해괴한 짓이다. 하버드대학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는지 박재완 장관에게 묻고 싶다.



심상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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