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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가 광주를 ‘가장 강력한 아트축제’로 꼽은 이유

중앙일보 2011.08.31 00:20 종합 27면 지면보기



디자인비엔날레 내달 2일 개막
역사 간직한 도심 10곳에 조형물
아이젠만·테라니 등 거장들 참여
작품 따라 걷다보면 도심 한바퀴



독일 건축가 플로리안 베이겔이 광주 옛 읍성 서원문 터에 세운 폴리. 그저 평범하게 보였던 거리에 기억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제공]













“전시 작품은 언제 들어오나요?”



 9월 2일 개막되는 제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앞두고 총감독 승효상(건축가)씨를 비롯, 김영준·배형민·조민석 등 큐레이터들이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개막이 바짝 다가온 비엔날레관은 공사장을 방불케 했지만, 전시작으로 생각되는 ‘물건’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면 작품이 보일 겁니다.” 총지휘를 맡은 승 총감독의 설명도 알쏭달쏭하다. ‘어번 폴리’(Urban Folly) 프로젝트를 맡은 큐레이터 김영준(건축가)씨는 한 술 더 뜬다. “전시를 보려면 밖으로 나가야죠. 한 30분 정도 함께 걸으실까요?”



 올 비엔날레의 주제는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 ‘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라는 의미다.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가장 주목되는 작품은 광주 도심 곳곳에 놓여졌다. 어번 폴리 프로젝트다. 세계적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을 비롯, MIT건축대학장 나데르 테라니, 국내 중견 건축가 조성룡 등 국내외 건축가 10명이 참여했다. 도시의 혈맥을 찾아 침을 꽂듯 지금은 흔적이 거의 사라진 옛 광주 읍성터 자리 10곳에 작품을 세운 것이다. 1회용이 아니라, 도시에 길이 남겨지게 된다.














 일례로 독일 건축가 플로리안 베이겔의 작품. 베이겔은 김재규 경찰학원이 위치한 제봉로의 옛 서원문터에 등대 같은 작은 탑을, 횡단보도 앞에는 문을 설치했다. 5·18 기념비와 서원문 표지 역할을 하는 시민들의 쉼터가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









피터 아이젠만이 광주 충장로 파출소 인근에 세우고 있는 폴리 ‘99칸’(이미지).











스페인 건축가 후안 에레로스가 장동 사거리에 세운 ‘소통의 오두막’.



 요즘 국제적으로 주목 받는 스페인 건축가 알렌한드로 자에라 폴로의 작품도 도드라진다. 금남로 공원 북쪽 코너에 설치한 폴리는 그 자체가 길이며 공원이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피터 아이젠만의 작품은 제목이 ‘99칸’이다. 한국의 옛 전통건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폴리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100개의 칸이 프레임 만으로 연결되는 독특한 구조물이다.



 이번 기획을 총괄한 김영준씨는 “읍성에 대한 기억 자체가 도시의 문화 인프라가 돼야 한다는 기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10개의 폴리를 잇는 길은 1.3km. 작품을 하나씩 감상하며 걷는 길 자체가 도심의 올레길이 될 전망이다. 김씨는 “각 건축가의 작품 성향은 다르지만, 폴리의 핵심은 바로 그 장소, 일상의 삶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비엔날레에는 미국·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 44개국에서 130명의 작가와 73개 기업이 참여한다. 브랜드 이름이나 가치가 널리 알려진 디자인의 예를 보여주는 ‘유명전’에는 영화감독 봉준호의 ‘괴물’도 선보인다. ‘무명전’의 야생동물 유전자 바코드 등 흥미를 끄는 작품도 많다.



 미국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9일 “야심적이고, 지적으로 도발적이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가을에 열리는 세계 아트축제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거창하고 큰 것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일상의 장소에 집중한 디자인을 지금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는 10월 23일까지 열린다.



광주=이은주 기자



◆비엔날레(Biennale)=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 세계 현대미술의 동향을 보여주는 자리다. 1895년 시작된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가 유명하다.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디자인비엔날레는 2005년 첫 행사가 열렸다.



◆폴리(Folly)=원래 작은 건물에 장식적인 목적으로 설치한 조형물을 뜻한다. 요즘에는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은 건축물로 통용된다. 일본 구마모토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네덜란드 흐로닝겐 등이 폴리를 문화인프라로 잘 활용한 도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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