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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 이분법 아니다”

중앙일보 2011.08.31 00:01 종합 37면 지면보기



[전문가 좌담] 무상복지 논란



왼쪽부터 구인회 서울대 교수, 윤홍식 인하대 교수,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





복지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은 사생결단으로 격돌한다. 우리 사회도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진영으로 양분돼 버렸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복지는 정치 논쟁이 아니라 정책적 문제라고 진단한다. 중앙일보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3명의 전문가들과 29일 오후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 갑자기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이 핫 이슈로 등장했다. 정말 시급한 현안인가.



 구인회=인구집단별로 보면 한국의 아동 빈곤이 심각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편부모 가정이 적다. 다만 교육비에 대한 우리 사회 전체의 부담은 분명히 있다. 특히 초·중·고에 비해 취학 이전 아동과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 비중이 적다.



 윤홍식=전체 복지에서 무상급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굉장히 정치적 이슈며 상징성이 중요하다. 6·2 지방선거에서도 폭발력이 확인됐다.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욕구를 상징한다고 본다.



 고영선=일정 부분 포퓰리즘 색채가 있다. 왜 대학 등록금까지 전체 국민이 부담해야 하나. 무상급식도 잘못 확산되면 납세의무보다 권리의식만 강조돼 왜곡된 복지로 흐를 수 있다. 어느 나라 정치인들도 중간층의 환심을 사려는 경향이 있다.



 -정치권이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로 갈려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구=어떤 사회도 100% 보편복지, 100% 선별복지는 없다. 서로 결합하고 절충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논쟁은 정책적으로 판단하고 협상해야 할 일이지 정치적 극한대립으로 확산시킬 사안이 아니다.



 윤=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 보편과 선별은 대립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개념이다. 지원 대상을 65세 이상이나 아동으로 나누고, 자산조사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다만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중 어느 쪽이 더 우위에 있느냐로 나눌 뿐이다.



 고=선별적 복지는 정책 조준을 통해 경제 자원을 효과적으로 투입하자는 쪽이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 측면에선 우리 사회 중산층의 욕구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왜 복지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는가.



 구=산업화 시대에는 끊임없이 고용이 늘어났고 기업 위주로 대부분의 복지가 충당됐다. 지금은 대기업 정규직만 강하게 보호되고, 비정규직·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은 소외돼 있다. 한번 패배자가 되면 다시 일어서기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 됐다.



 고=외환위기 이후 경제 조정과 고용 조정이 일상화됐다. 산업구조 변화도 빨라져 제조업의 고용이 줄고 서비스업은 밀려나고 있다. 복지 수요가 크게 늘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윤=상당수 계층의 빈곤지표가 심화되고 있다. 시장소득으로만 보면 한국의 불평등은 심각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 개입 이후에도 불평등 지수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게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정부 역할이 너무 미미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 복지부터 시급히 강화해야 하는가.



 구=현재 가장 심각한 것은 노인 빈곤이다. 아직 국민연금 수혜자가 적은 만큼 기초노령연금에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맞벌이 부부와 고령화 같은 새로운 사회적 욕구에 따른 복지에도 대처해야 한다.



 고=길게 보면 국민연금이 노인 빈곤 해결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다. 근로연령층의 실업에 대비한 고용보험도 중요하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인 자영업과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현실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윤=외국은 소득보장과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복지 수요가 순차적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동시에 나타나는 게 문제다. 어려운 선택이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노인 빈곤 해결이라고 본다.



 -앞으로 무상의료·무상보육 같은 더 큰 이슈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방향은 맞지만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무상의료는 고령화 속도에 비춰 폭발성이 강하다. 다른 부문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선거국면을 맞아 너무 조급하게 제시하는 듯하다. 민주당이 의료부문에서 80%까지 보장을 언급했는데, 쉽게 이루기 어려운 목표다.



 윤=보육과 건강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현재 보육시장은 95%를 민간이 맡고 있다. 이대로 돈을 더 풀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공공 보육을 크게 늘리는 쪽으로 공급체계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



 고=보육의 전달체계 개편은 일시에 해결되기 어렵다. 지금은 정부의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 민간 보육시설의 절반 정도가 비(非)허가 업체인데도 정부 자금이 지원되는 게 현실이다. 의료 쪽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부실 의료기관에 대한 감독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구=보육 복지는 미래 투자 개념으로 늘리는 게 맞다. 그러나 기업의 불규칙한 장시간 근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의료 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인 80%까지 올리려면 건강보험료 인상과 과감한 재정투자를 각오해야 한다.



 -문제는 재원조달이다. 재정건전성이 훼손되지 않겠는가.



 고=현실적으로 감세는 물 건너갔다고 본다. 이제라도 국세의 13%나 차지하는 비과세 감면부터 확 줄여야 한다. 지출부문도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야 한다. 과거 개발연대에 팽창한 경제사업,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농업·중소기업 지원은 대폭 삭감해야 할 것이다.



 구=산업화 시대엔 서구형 복지 대신 농민 지원 같은 유사복지가 많았다. 이제 제도화된 복지로 가야 한다. 과연 2050년 노인 비율 40%의 사회가 지속가능할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부터라도 재앙을 막으려면 치열한 각오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윤=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는 불가능하다. 우선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 기업의 사회보장기금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그 다음에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인 GDP 대비 4% 수준인 소득세를 올리는 게 순서다. 궁극적으로 소비세를 포함한 간접세도 인상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 북유럽에서는 “국가는 내 친구”라고 느낀다. 어려울 때 위로받고 기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낸다. 반면에 우리는 국가가 뜯어가고 뺏어가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



 -한국의 복지는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가.



 구=북유럽처럼 되기는 어렵다. 민간부문의 고용 활력을 살리면서 복지가 결합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다. 우리 현실을 보면 중(中)복지-중(中)부담이 지속가능한 대안이라고 본다.



 고=유럽과 영미식 복지의 중간 지점이 될 것이다. 지나치게 사회보험에 비중을 두기보다 조세를 통한 취약층 지원이 핵심이 돼야 한다. 정치 논쟁에서 벗어나 한국형 복지를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마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윤=복지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고루 배려하고, 사회보장기금과 조세를 수단으로 삼는 게 대원칙이다. 다만 경제·정치·사회의 변화와 같이 가야 한다. 20~30년 뒤를 내다보는 긴 안목과 인내가 필요하다.



<참석자>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



사회=이철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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